또한번 증명된 미세계경제 지배

입력 1997-12-27 14:16:00

'세계경제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은 어디까지 확대될것인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국가들의 금융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세계가 IMF의 최대주주인 미국의 막강한 경제위력에 새삼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탈냉전이후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군림하며 세계질서의 주도권자로 자처하고 있음은널리 알려진 사실. 그런데 미국이 초강대국의 무기로 내세우고 있는것은 다름아닌 자국의 막강한경제력이라는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이 냉전시대와 같이 무력경쟁을통한 힘의 우위 선점이 아니라 끊임없는 경제력 배양, 경쟁력 강화를 통해 자국의 영향력을 확보,유지해나간다는 전략으로 분석할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세계경제에 대한 엄청난 영향력은 아시아 각국, 특히 한국에 대한 IMF의 '혹독한' 조치를통해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한국에 적용된 IMF체제는 아시아적 시장경제체제를 미국식 자본주의로 대치시키려는것임에 다름아니다는 비판이 미국내에서조차 제기되고 있다. 하버드대학의 저명한경제학자 제프리 삭스교수는 "IMF가 한국에 대해 지나치게 가혹한 조건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IMF의 조치는 사태를 더욱 어렵게 할뿐"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시가 급박한 한국으로서는 미국을 두드려야 위기의 실마리를 찾을수 있다는 현실론을무시할수없는 입장이었다. 정부와 김대중대통령 당선자가 IMF와의 합의내용 이행을 수차례 확약한 이후에야 미국은 슬그머니 대한(對韓)금융지원의 운을 떼었다. 한 국가에 대한 미국의 확실한지원언질이 있지않고는 금융위기에서 헤어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한국사태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국제자본시장에 미치는 미국의 영향력이 대단함을 입증한 셈이다. 미국은 지난 95년멕시코 금융위기당시에도 1백억달러의 자금을 지원, 사태를 호전시키는데 기여한 바 있다.미국의 경제지도력은 IMF를 통해서만 나오는게 아니다. 세계무역기구(WTO)나 아태경제협력체(APEC),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서방선진7개국(G-7)등에 직간접으로 참여함으로써 자국에유리한 무역자유화와 시장개방 압력을 강화해오고 있다.

아시아가 금융위기로 비틀거리고 있는 가운데서도 미국이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은 자국의 철저한이익추구이다. 미국은 한국의 금융위기 해소를 위한 자금지원의 시기와 규모를 저울질하는데도 자국의 이익추구를 기준으로 삼았다.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지배가 계속되는 현 상황은 총성없는 전쟁이나 다름없다"며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한다. 그러나 7년연속 호황을 구가하고 있고 마이크로 소프트, 코카콜라사등 세계적 기업이 즐비한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은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지배적이다. 유럽연합(EU)이 그나마 미국의 견제세력이 될수 있으나 아직은 미약한 실정이다.뉴욕 월가의 한 외국인 금융인은 "미국의 경제력은 아직 이에 대적할 만한 상대가 없어 무서울정도"라며 "미국의 경제지배를 막기 위해서는 각국이 강도높은 경제개혁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뉴욕.최문갑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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