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그룹의 부도사태와 주력 4개 계열사의 화의신청은 가뜩이나 열악한 대구지역경제에 엄청난 충격이 아닐수 없다. 청구그룹이 전국적으로 재계 랭킹 37위(96년 매출액기준)라 하나 대구지역으로는 경제계 최대의 영향력을 가진 기업군(企業群)인만큼 이 그룹의 부도는 지역경제에 대지진이 발생한 것과 같다. 대구권으로선 지난83년 광명그룹의 도산이래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사태로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나는느낌이다. 이제 대구·경북지역경제는 청구부도를 기점으로 전국에서 가장 혹심한IMF한파를 겪게 될 것 같다.
청구그룹의 부도설은 지난해부터 끈질기게 나돌았고, 실제 위기상황을 겪으면서 지역민의 협조로 이를 이겨나간 적도 있었다. 그만큼 청구의 몰락위험은 IMF 쇼크가아니더라도 이전부터 짙게 깔려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구 부도의 근본원인은 이미 알려져 있듯이 다른 재벌그룹들과 마찬가지로 과다한 차입금융에 의한 선단식 경영이라 할 수 있다. 주택·건설업에서 경쟁력을 지닌 청구가 방송·백화점등 이질적 분야에까지 자신들의 자금실력이상으로 무리하게 기업을 확장했는데다경쟁력이 있는 부동산 분야의 경기가 침체한 때문에 이같은 사태를 맞은 것이다.뿐만아니라 벌써부터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 사실을 보고서도 기민한 자구노력을 보이지 못한데도 만시지탄(晩時之歎)을 가지는 것이다.
물론 IMF쇼크속에 더이상 버틸수 없을 정도로 기업환경이 열악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어쨌든 이를 극복하지못한 경영자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구지역의입장에선 그같은 원인과 책임만 따지고 있을 계재가 아닌 것이다. 대구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부실심화, 상호보증회사의 연쇄도산우려, 계열협력회사들의 휴폐업 속출, 자재및 용역납품상인들의 도산, 대량실직, 분양계약자들의 고통등은 다급한 문제로 대구권전체를 강타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수습문제가 무엇보다 시급하고 그것은 파급피해를 최소화하는 원칙에서 출발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기업주의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기업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하고 그 과정에서 일어날수 있는 자금흐름의 장애들을최소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할 것이다. IMF시대에 정부가 나서거나 정치권이동원되는 방법은 쓸수없는 상황이다. 지역의 관련기관·단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특히 대구시 당국은 이 문제에 적극적 자세를 보여야 대구경제를 추스를 수 있는 것이다.
그같은 수습책가운데 청구가 개열 4개회사의 화의신청을 하면서 자구노력의 결의를보이고 있어 그 결과에 최대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 또한 최대한 긍정적입장에서의 검토가 필요하다.
---노사정협력 절실하다
IMF관리체제하에 들어간 우리로서는 노사관계의 새로운 틀을 짜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등장했다. IMF와 선진각국들의 긴급자금지원으로 일단 급한불은 껐으나 IMF가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며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요구하고 있고 우리가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할 경우 또 다른 외환위기를 겪을지 모를 상황이다.
이에따라 김대중대통령당선자가 한국노총과 민노총간부들을 잇따라 만나 노사정(勞使政) 국민협약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설득에 나선것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본다. 이는 김당선자가 IMF와의 구제금융협의에서 기업의 구조조정과정에서 정리해고제 조기도입과 근로자파견제를 수용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고있어 갈등해소가 큰 과제로 등장했다.
외부적인 약속을 이행하고 내부적인 반발을 무마하면서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사-정의 대타협을 통한 국민적합의를 이루지 않으면 안된다. 노동계로서정리해고제 도입등의 노동관계법개정으로 당장 쏟아질 대량실업에 대한 걱정이 앞설 것이다. 그러나 IMF관리체제하에 경직적인 고용관행때문에 구조조정이 늦어지고 기업이 회생할 기회를 잃는다면 전원실직이라는 최악의 상황도 예상할 수 있다.정부도 정리해고제도입에 앞서 고용보험재원을 확보하고 직업훈련을 강화하고 정부예산을 삭감하는 노력을 보이면서 구조조정과정에서 실업을 최소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기업 또한 자구노력을 강화하면서 투명한 경영을 통해 임금동결, 삭감,노동시간단축등의 방법을 동원, 대량해고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정부와 기업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한 후 정리해고등을 해야한다. 노동계로서도 정부와 기업의 이러한 노력이 선행될때 전부가 죽지않기 위해서는 정리해고등 노동시장의 유연성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는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IMF구조금융에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의 생명줄을 쥐고있는 국제기구와의 합의내용을 지키지않고 신의를 잃을때 언제 생명줄을 끊어 버릴지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몫찾기에 집착하는 것은 공멸을 의미하는 것이다. 국가경제회생을 위해서 노-사-정이 큰 타협을 이뤄야 한다. 사용자와 근로자에게는 쓴약이라 하더라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를 믿고 상호협력하는 자세가 더욱 절실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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