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문화의 힘

입력 1997-12-26 15:10:00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우리가 만나고 있는 나라와 사회의 위기국면에서 우리는 새롭고도 근원적인 재출발을 해야한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꾸려내고 있는 삶의 방식 또는 지향과 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편하지 않으면 우리의 소망스런 21세기는 없다는 논의에 이르고 있다.

무엇이 오늘의 위기를 초래했는가. 우리들의 천박한 권력과 물신주의가 이렇게 만들었다. 교양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없는 자들이 권력을 잡고 나라와 사회를 지배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그들을 존재하게 맞장구쳤기 때문이다. 왜 사는가, 무엇때문에 살고 있는가를 우리는 우리 자신들에게 물어야 한다. 아니 이같은 질문을 우리 자신들에게물어볼 만한 힘과 지혜를 우리는 과연 가졌는가.

조금 살게 되었다고 온통 흥청망청해졌다. 천박한 졸부의 근성들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지배집단들은 스스로에게 주어지는 책무는 저 땅바닥에 내팽개치고 천박하고도 교만한 언동을 일삼았다. 나라와 사회에 요구되는 공동체적 의식과 도덕률은 이미 존재하지 않은지 오래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번 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한 국가사회의 역량과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이 나라의 천민자본주의는 돈의 귀중한 값어치와철학을 모르고 지새다보니 나라와 사회가 이 꼴로 되는 것은 필연의 귀결이 아닌가. 권력과 유착하여 돈을 벌거나 일시에 떼돈을 번 졸부들의 천박함이 바로 오늘의 위기를 만든 직접적인 진원지가 아닌가. 삶의 가치와 본질을 당초에 모르는 졸부들이 입고 다니는 턱도없는 황금두루마기가 바로 오늘의 이 황당한 국가위기를초래한 것이 아닌가 말이다.

이제 일하고 먹고 입는 것에 대한 가치와 철학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왜 일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먹고 입고 돈 쓰는가에 대해 유치원때부터 제대로 교육시키지않으면 나라와 사회가 안정되고 발전될 수는 절대로 없다. 학교에서뿐아니라 사회에서, 국민으로서 사회성원으로서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교육해야 한다.

한 나라와 사회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그 국민과 사회성원이 응당의 교양을 갖추어야 가능하다. 근대시민사회는 바로 국민교양이 뒷받침됨으로써 이윽고 가능해졌다.

한줄기 교양도 없이, 교활한 전근대적 장사꾼 정도로 나라와 사회를 제대로 일으킬수는 없다. 평생 책 한권 제대로 읽지 않는 자들이 정치다운 정치를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역사와 세상의 법칙과 이치에 대해 생각해볼 뜻도 힘도 없는 이런 자들이 나라를 지배하는 한, 또 이런 자들을 선택하는 국민과 사회성원의 수준이 그런 정도라면 문제는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나라와 사회는 권력과 돈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작금의 국난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 나라와 사회의 수준과 발전은 궁극적으로 그 나라와 사회의 철학과 사상에 근거하게 된다. 나라와 사회의 성원들의 교육과 교양으로 뒷받침하는 철학과 사상이 이제 나라와 사회의 정치와 경제를 만든다.

21세기 인간의 삶은 천박한 물신주의로는 가능하지 않게 될 것이다. 21세기의 삶은저급한 물량주의가 아니라 고급한 질량주의로 우열이 판가름나게 될 것이다. 이 고급한 질량주의는 바로 철학과 사상의 문제이다. 국민들의 생각하는 힘, 그 생각을뒷받침하는 철학과 사상이 21세기의 가치있는 삶의 지표이자 실천의 토대가 될 것이다.

가치 있는 21세기 인간의 삶은 도덕과 문화의 힘으로 가능하게 될 것이다. 21세기의 철학과 사상은 바로 도덕재무장운동이자 문화운동의 차원이다. 인간을 인간답게하고, 사회를 사회답게 만드는 도덕과 문화의 힘으로 21세기에 우리는 일어설 수있다.

21세기로 가는 문턱에서 우리 민족이 겪고 있는 시련은 우리 모두에 대한 준엄한질책이기도 하지만, 우리 국가민족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회라는 생각을 또한 하게 된다. 우리들 자신에 대한 치열한 반성과 더불어 국민교양교육운동 및 국민도덕재무장운동을 통해 21세기의 우리 모두의 삶에 빛과 힘이 되는 철학과 사상이 창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새롭게 도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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