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법안 처리 의미

입력 1997-12-25 14:07:00

국회 재경위의 법안심사소위가 13개 금융개혁관련법안을 연내처리키로 합의함에 따라 금융개혁위원회 구성이후 10개월간 진통을 겪어온 금융개혁의 제도적 틀이 마련됐다.

비록 국회가 지난 11월 정기국회에서 스스로 처리하지 못하고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하에서IMF의 압력에 등떼밀려 입법화하는 것이 아쉽지만 국가부도사태의 위기 속에서 금융개혁에 필요한 법적 장치의 골격을 마련하기 위해 3당이 합의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우선 금융개혁법안의 연내 처리로 악화된 대외신인도가 회복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록 최악의 상황이지만 금융개혁법안이 마련됨으로써 부실화된 금융산업을 신속히 재편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땅에 떨어진 국내 금융기관의 대외신용을 회복하는 출발점이될 수 있다.

이제 금융개혁법안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한 뒤 시행에 들어가면 금융의 상부구조가 대폭 바뀌게된다. 우선 지난 80년 이후 4차례에 걸쳐 논란을 거듭해온 한국은행의 독립이 이뤄져 형식상으로는 통화신용정책이 중앙은행 독자적으로 수행되게 된다.

한국은행총재가 재정경제원 장관이 맡아온 금융통화위원회의 의장을 겸임하면 자연스럽게 금통위가 한은의 내부기구가 됨으로써 한은은 정부로부터 독립된 통화신용정책을 수립·시행할 수 있어서 물가안정이라는 중앙은행 본연의 기능에 전념할 수있게 됐다.

한은은 반면에 금융감독기구의 통합조치로 은행감독원을 분리당하는 아픔을 겪게 됐다.한은은 대신에 내년 4월 1일 출범토록 한 금융감독위원회에 은행 등에 대한 공동검사권을 요청할수 있도록 해 은행의 자산건전성 심사를 위한 제한적인 권한을부여하기는 했다.그러나 제대로 된 통화신용정책을 수립하려면 금융기관에 대한 전면적인 감독권한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한은의 일관된 입장이어서 국회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반발이 거세어질 전망이다.또 은감원, 증감원, 보감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구를 내년까지는 일단금감위가 관장하고99년중에 금융감독원에 통합되도록 한 것은 갑작스런 기구 통합에 따른 혼란을 피하고 준비기간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금감위를 총리실 또는 재경원 산하에 둘 것인지가 관심사였지만 재경원 산하에두기로 한 것은 권한의 집중이라는 점에서 다소 의외다.

뿐만 아니라 재경원이 금융기관 설립 인·허가권을 갖도록 한 것도 IMF의 통합감독기구 설치 정신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내년중에 신정부가 정부 조직을 개편할 때 공룡화된 재경원의 기능과 관장업무를 분리축소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금감위가 금융정책 수립부처와 갈라서면서 아울러 인가권도 금감위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정부조직이 개편되기 전까지는 재정경제원이 거시경제정책을 총괄하고금융감독위원회가감독에 관한 모든 정책을 결정하며 무자본특수법인인 금융감독원이 실제 집행을 하게 된다.감독집행기구인 금융감독원은 이제 은행, 보험, 증권은 물론이고 제2, 제3금융권의 금융업체들을망라해 감독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금융감독체계의 개편과 더불어 낙후된 금융산업을 선진화하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위한 금융기관간의 인수·합병(M&A) 및 업종전환 등 이른바 '빅뱅'이 내년부터 금융계에서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개혁법안중 하나인 예금자보호법의 개정으로 예금보험공사, 증권감독원,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으로 분산돼 있는 예금보험기구가 예금보험공사로 통합된 것도 M&A바람을 더욱 확산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평가된다.

도산하는 금융기관에 예금이나 투자를 한 고객을 보호하고 인수·합병에 나선 금융기관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의 국유재산 출연으로 탄탄한 재원을 마련키로 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지난 80년대 이후 4차례의 실패끝에 성사를 앞둔 금융개혁법안이 시행되면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외국자본의 국내 금융기관 설립자유화와 맞물리면서국내 금융기관간의 인수·합병이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여 국내 금융산업에 엄청난 파장과 판도변화를 초래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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