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한파 녹일 명작들

입력 1997-12-23 14:56:00

그동안 국내에 잘알려지지 않은 현대문학 거장들의 작품이 처음으로 국내에 번역출간됐다.요절시인 로트레아몽의 산문시집 '말도로르의 노래'가 국내최초로 완역돼 청하출판에서 출간됐고오스트리아작가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소설 '옛 거장들' '비트겐슈타인의 조카'가 현암사에서, 누보로망의 신기수로 프랑스소설계에 주목받고 있는 장 에슈노즈의 소설 '일년'이 현대문학사에서 나왔다.

시인 스스로도 반항의 시라고 평한 '말도로르의 노래'는 여섯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는 산문체시집. 로트레아몽백작이라는 가명으로 쓴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출생 이지도르 뒤까스(1846-70)의이 시집은 광기와 절대적인 반항의 정신으로 일궈낸 이단의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관된 줄거리가 없는 이 작품의 주된 테마는 악이다. 난해한 문장과 상상을 초월하는 내용상의 독창성으로독서의 고통을 안겨주는 이 시집은 인간성의 부정과 잔인성, 신성모독등으로 가득차 있으며 끔찍한 악행을 묘사하는 언어와 온갖 죽음의 형상속에서도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현대 독일어권 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베른하르트(1931-89)는 평생 폐결핵에 시달리면서도 예술과 문학, 그리고 삶에 대한 끝없는 열정을 작품속에 쏟아부은 작가다.사후 70년동안 오스트리아에서 자신의 작품뿐아니라 연극공연과 메모조차 출판하지 못하도록 유언할 정도로 끊임없이 사회를 향해 비난과 독설을 퍼부은 그는 고립과 광기, 질병과 죽음이라는지극히 부정적인 주제를 작품속에 다루었다. 그의 대표작중의 하나인 '비트겐슈타인의 조카'는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조카인 파울 비트겐슈타인과 작가 자신의 운명적인 만남,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소설로 그들이 함께 했던 시간과 대화, 기행,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회상하는 내용이다.프랑스 소설계의 문제작가 장 에슈노즈의 화제작 '일년'은 한 여인이 생애 처음으로 프랑스 여러지방을 전전하며 가난과 도둑질, 히치하이킹, 노숙등의 체험속에 자신을 맡겨 내면의 열정과 사랑에의 물음을 던지고 있는 작품. 지난해 누보 로망의 산실인 미뉘출판사에서 펴낸 이 소설은 안정된 일상에서 박차고 나온 주인공이 모진 시련과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다시 새로운 삶을 찾게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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