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국민 대화합이 요구되는 시점에 전·노(全·盧)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한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전·노씨의 사면논의는 지난 9월초 국민회의 김대중후보가동서화해와 국민 대통합의 측면에서 건의했고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도 동의함으로써 시기 선정의 문제만 남았을 뿐 사실상 예상된 일이었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대법원의 형 확정 판결 4개월밖에 안된데다 사죄의 말 한마디않은 두 사람을 풀어주는 것에 찬동 못한다는 시민 여론등을 참작, 사면 건의를 묵살했던 것이다. 이번에 전·노 정권의 최대 피해자의 한 사람인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사면을 건의, 김영삼대통령이 받아들인 과정을 보며 인간세상 인과(因果)의 흐름이 새삼 두터움을 느끼게 된다. 지난 4월17일 대법원 판결로 완결된 전·노씨 재판은 성공한 쿠데타라도 반드시 처벌돼야 한다는 것을 선언했고 권력형 부정부패또한 되풀이돼서는 안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국민 모두가 당연한 귀결로이를 받아들였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의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IMF의 높은 파고앞에 국민 대화합이어느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때가 된 것이다.그럼에도 우리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여전히 지역간 계층간 갈등의 골이 깊게 패었음을 절감할 수밖에 없었고 또 갈등을풀고 국민 단합을 이루지 않고는 한 걸음도 전진할 수 없다는 사실을 통감하고 있다.
결국 김대중당선자는 이러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다른 조처들에 앞서 사면을 건의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지난 50년동안 헌정사를 얼룩지게 했던 앙금과 갈등의 악연들이 이번 사면을 계기로 역사의 뒤안길로 흘러가 버리고 화합의 정치, 협력의 정치의 새로운 장이 열리기를 바라는 것이다. 헌정을 유린하고 수천억원의 부정축재를 한 전·노씨는 국민의 분노와 지탄을 받아 마땅했지만 국민들로서도 두 사람씩이나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다는 것은 부담스런 일이었다.
그런만큼 5·17과 5·18의 최대 피해자인 관련 시민단체들이 전·노씨의 사면에 동의했고 또 피해자중의 한사람인 김당선자가 사면을 원했다는 것은 국민 화합 측면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사면 조처는 여야 정권교체로 행여나 정치보복을 우려하는 사회 분위기를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군부 세력에 탄압받던 양김(金)씨가 그들을 사면하는 장면에서 '인과'의 엄격함을새삼 느끼며 앞으로 영원히 화합의 정치가 이땅에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경제위기 공백없도록
새로운 대통령당선자가 탄생된 '12·18'선거에 국민의 관심이 쏠려있는 사이에 국내경제위기파고는 IMF자금지원개시에도 아랑곳없이 또한차례 엄청난 위협으로 몰아닥치고 있다. 환율폭등의 여파로 휘발유값조정 하루만에 도시가스요금이 22%%나 인상되고 새해부터는 교통세율이 바뀌어 석유류와 가스값이 또한차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전기요금도 평균 6.5%% 올린다는 것이며 밀가루, 설탕, 식용유등 생필품값이 줄줄이 오르고 가축사료값도 폭등하면서 그나마 품귀상태를 빚어축산농가가 큰 고통에 빠졌다. 이미 버스업계도 두차례나 요금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택시요금은 물론 다른 각종제품과 서비스요금도 연쇄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실로 물가폭등의 위기가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은행의 달러부족과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수출환어음매입과 수입신용장 개설기피로 수출입업무가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지는 바람에 물가앙등이 계속될 가능성은 물론 물자수급 파탄마저 우려된다. 이같은 수출입업무마비상태가 지속되면 국내물가불안이 높아지는 것은 말할것도 없고 경상수지도 악화됨으로써 경제위기의 악순환이 더욱 심화될수밖에 없다.
물가불안과 무역거래마비는 한순간이라도 방치해서는 안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우리가 IMF의 구제자금을 받는다해도 경제회생이 어렵기 때문이다. 조속히어떤 방법으로든 물가를 진정시키고 수출입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같이긴급한 사안에 부딪혔음에도 현정부와 임창렬부총리팀의 경제운영에만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다. 벌써부터 국내외의 신뢰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김영삼대통령과 김대중당선자가 선거후 첫청와대회동에서 경제의 긴급성을감안해 양쪽 동수의 '12인경제위원회'를 구성키로 한 것은 경제위기에 대처할 수있는 적절한 합의로 생각된다. 물론 경제정책의 운영에 대한 법적 책임이야 현정부에 있는 건 사실이나 정책수행의 주체로써 무게중심이 김당선자에게로 옮겨오고 있는 점에서 양측이 공동대처한다면 큰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김당선자를 중심으로한 '12인 경제위'가 무엇보다 먼저 할일은 물가폭등을 진정시키고 마비된 수출입업무를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물가문제는 환율인상과 세율인상에 따른 인상요인이야 반영할 수 밖에 없지만 그런것이외에 매점매석이나, 뇌동성 인상등은 철저히 가려내야할 것이다. 또 수출입업무의 정상화는 정부의 외화차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당선자가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이는 한편 금융부실정리에도 신속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자칫 정권교체기에 경제정책운영의 공백으로 경제 위기관리가 허술해지는 경우가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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