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는 끝났다. 새로운 천년을 여는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후보가 당선되었다. 김대중후보의 당선과정은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서 태어나 우리 현대사의 파란과 곡절을 온몸으로 겪으며 살아온그의 인생만큼이나 극적이다. 김대중후보의 당선을 확인하느라 우리는 밤을 새워야 했다. 말 그대로 인동초(忍冬草)같은 승리였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의 승리를 축하한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에게는 기쁨도 잠깐일 것이다. 골치아픈 일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기때문이다. 그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두 말할 나위도 없이 경제위기의 극복이다. IMF의 유동성 자금을 끌어와야 할 정도로 거덜이 나 있는 우리나라의 경제를 빠른 시일안에 다시 살려내야 한다.
계층간의 통합 우선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현재의 경제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경제적 전략을 다듬고 그것을 잘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가 줄곧 자신을 '경제대통령'이라고 내세웠던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에서 우리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적 틀'의 중요성이다. 우리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데는 무엇보다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정파와 지역, 계층을 넘어서는 정치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지금의 난국을 헤쳐나갈힘이라고 생각한다.
계층간의 통합이 우선 필요하다. 정치 사회 지도층이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내핍과 금욕,절제를 앞장서서 실천해야 한다. 만에 하나 '있는 사람들'이 일은 다 저질러 놓고 왜 항상 '없이사는 사람들'에게 허리띠를 조르라고 하느냐, 억울하다는 항변이라도 제기되면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동력은 생길리 없다. 지도층은 항상 위선적이고 부패해 있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도록솔선수범이 필요하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정파들 사이에 생긴 마음의 상처를 한시바삐 치유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번 선거에서는 유달리 인신공격, 상호비방이 많았다. 따라서 정신적 상처들이 컸으리라고 본다. 이것을아물게 하는 대타협의 정치를 통하여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정치세력들 사이의 합의를 형성해야할 것이다.
지역적 배타성 극복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들 사이의 배타적 의식을 없애는 일이다.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김대중후보는 자신의 지역적 지지기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많은 애를 썼다. 이른바 DJT연대가 바로 그러한 노력을 표현한 것이었으며 그것은 적지않은 성과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선거에서도 변형되었을 뿐, 지역주의가 여전히 가장 중요한 결정변수로 작용했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서쪽지역을 배타적으로 차지했고, 이회창후보는 동쪽지역을 배타적으로 차지했다. 분명히 말하거니와 어느쪽도 정상이 아니다. 지역주의는 부정부패, 정경유착의 근원적 뿌리이며 이것을 해결하지 않고는 경제위기를 치유할 수 없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지역주의 문제의 적극적해결에 나서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첫째, 그 동안 호남의 지역주의는 영남의 지역패권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생겨난 것으로서 방어적이며 저항적인 것이다라는 말로 그 존재이유를 설명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자기 정당화의논리는 설득력이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실마리는 이제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풀어야 할 입장에있기 때문이다.
둘째,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영남지역, 특히 대구·경북지역의 경험과경륜으로부터 도움을 받을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지역이 지역패권주의의 선행원인을 만들었다는 도덕적 비난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것과는 별개로국정운영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이들의 능력과 더 적극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지역주의의 극복은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는 관건이며분단극복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다.
김 태 일 〈영남대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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