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대선당선자와 IMF

입력 1997-12-18 15:33:00

미국으로 오라. 대통령 당선자는 워싱턴으로 오라. 우리의 명운은 지금 워싱턴에 달려있다. 지체할 이유가 없다. 와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미셸 캉드쉬IMF총재와 만나야 한다.

이것은 굴욕외교가 아니다. 실리외교다.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냉엄한 국제경제현실 속에서 체면이나 자존심 따위는 더이상 따질 때가 아니다.

필요한 것은 한국 경제 재건을 위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집중시킬 한바탕의 '쇼'다.한국의 새 대통령이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굳게 지킬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재건을 위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야한다.

무엇보다 IMF합의문 이행 의지에 대해 아직껏 국제사회에 남아있는 우려를 깨끗이씻어낼 필요가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지난 16일 특별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대통령 후보3인이 모두 IMF이행조건을 준수할 것을 확약했음을 거듭 상기시켰다. 이는 새 대통령 당선자를 겨냥해 태도를 바꾸지 말 것을 미리 다짐해둔다는 뜻이었다.

같은날 IMF측은 새 대통령 당선자가 언제든지 캉드쉬 IMF총재와 협의를 갖는 것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전례없이 일부 한국특파원들을 직접 초청해 이같은 뜻을 흘린 것은 IMF가 아직도 새 대통령의 정책의지에 대해 일말의 의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이제 대통령 당선자는 국제사회가 갖고 있는 이같은 일말의 우려나 추호의 의심이라도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추락하는 한국경제를 건져내기 위해서는 자칫 또한차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될 가능성을 안고 있는 이 불씨들을 완전히 진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것은 새 대통령이 한국경제의 새판짜기를 위해 처음으로 둬야 할 화점이다.

주저없이 미국으로 오라. 그 한걸음은 한국경제의 재기를 위한 천금같은 행보가 될것이 틀림없다. 〈워싱턴·孔薰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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