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통령선거는 일찍 볼 수 없었던 국가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IMF구제금융지원이 개시되고도 아슬아슬한 국가부도의 위험이 지속된 것이다. 혹시라도 외화부족을 해결하지 못하고 국가부도사태인 국가지불유예선언을 할수 밖에 없었다면 과연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있었을 것인지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엄동설한(嚴冬雪寒)에석유공급이 중단되고 식량부족사태가 왔다면 선거가 눈에 보였겠는가.
정치·경제위기 극복
그러나 어쨌든 이같은 엄청난 시련속에서도 선거를 치른 것이다. 선거과정에 후보간 인신공격, 흑색선전등 추악한 현상들도 있었지만 이번 선거로 경제적 위기와 함께 정치적 위기의 험로(險路)를 빠져나올 수 있는 길에 들어선 것이다. 오늘 밤을지나면 차기대통령당선자가 탄생되고 경제적, 정치적 지도력공백을 새로운 지도자가 채워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의 김영삼대통령 임기가 2개월여 남았지만 레임덕 현상에 겹친 무능으로더이상 기대할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차기대통령당선자는 건국이후 어떤 대통령당선자보다 그 역할과 책임이 막중한 것이다. 이번 대통령당선자는 2개월뒤 대통령취임때까지 느긋하게 정권인수인계만 하고 앉아 있을 처지가 아니다. 당장 내일부터김대통령과 협력하여 (이미 김대통령도 차기당선자와 경제, 안보문제 협력을 공언했음) 외환위기극복을 위한 대외신인도 제고 활동에 나서야한다. 아울러 IMF협정사항 가운데 연내이행사항 처리를 위해 국회를 통한 입법조치등 정치력을 모아야하고 IMF관리체제에 따른 산업구조조정 청사진 마련과 그에 필요한 내외자조달에도 나서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대통령당선자가 직접 미국·일본을 방문하고 그 나라정부와 국제금융기관관계자, 투자자들을 만나야 한다. 이제 IMF관리체제를 초래한 임기말의 대통령에게 귀기울일 외국투자가는 없을것 같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IMF한파의 고통에 동참할 수 있는 국민의 동의도 차기 대통령당선자만이 이끌어낼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역량 결집
그러나 대통령당선자의 다급한 지도력발휘는 당선자자신의 사명의식과 추진력만으로 가능한게 아니다. 대외신인도를 높이고 고통분담속에 위기극복의 국민적 역량을결집하려면 차기당선자에게 국민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 3자경쟁의 후보구도에서당선자가 과반수득표를 못해도 당선된 시간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은것과 같이 낙선후보를 찍은 국민들도 흔쾌히 화합해야 그만큼 힘이 생길것이다. 낙선후보들은 패배의 아픔이 깊을지라도 구국적 입장에서 승리한 후보에게 축하하고 승복해야 정치적 안정을 이룰수 있다.
이미 국민들도 느끼고 있듯이 지금의 경제난국은 정치적 안정없이는 풀어갈수 없다. 이번 선거과정에서도 그같은 사례가 있었지만 IMF협약에 따른 이행문제는 정파간에 딴 목소리를 낼수 없는 것이다. 설사 세부적으로 수정협상이 가능하더라도정파간에 이견이 노출된다면 대외신인도에 문제를 일으키고, 그것이 즉각 우리에게위해를 미칠 것이다. 그럼에도 대선(大選)후 정치권은 상당한 재편과정으로 혼란을겪을 전망이다. 선거과정의 응급봉합된 정치세력들이 새로운 안정과 균형을 찾아부산한 움직임을 보일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어떤 정치적요인이 내재해 있더라도 경제난 해소를 향한 정치적 안정을 해치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는 없다.
선거후유증 없어야
그렇지만 선거기간동안의 갖가지 흑색선전과 인신공격 등으로 이미 상대방에 대한고발사건이 속출하고 있는데서도 드러났듯이 상당한 선거후유증이 정치권을 갈등으로 몰아넣을 것같다. 부정선거시비로 정파간에 충돌을 계속한다면 이 나라는 회생의 희망을 잃고 만다. 과거 대통령선거에서 경험했듯이 대선결과에 불복하는 정치권의 불화로 IMF관리체제의 위기속에 침몰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 물론명백한 범법사실은 사정기관이 법에 따라 처리해야겠지만 그 문제를 다시 정쟁의불씨로 만들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설사 우리가 뽑은 당선자가 차선의 지도자라도 지금은 국민 모두가 최선의 지도자로 만들고 힘을 모아주어야 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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