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이야기-식물의 자원재활용

입력 1997-12-16 15:40:00

해바라기와 친척간인 뚱딴지(돼지감자)는 보릿고개 넘기가 힘들던 시절 식량이나 가축사료로 쓰기위해 인가 주변에 많이 심었던 다년생 초본식물이다. 이 식물이 필수영양소의 한 종류인 인을 사용하는 방식은 매우 알뜰하다. 한겨울동안 인을 감자같이 생긴 땅속 줄기에다 저장하고 봄이 되면이 영양소를 활용하여 뿌리와 줄기와 잎을 만드는 한편 더 필요한 양을 충당하기 위해 땅속으로부터 인을 흡수한다. 씨를 맺을 무렵인 9월이 되면 가장 많은 인을 보유하게 되는데 이때라 할지라도 겨울동안 땅속 줄기에 저장하던 때의 2배를 넘지 않는다. 이는 분에 넘치게 흡수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철저히 재활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느 산비탈에 이 식물군락이 형성되어 있을 경우 일년 동안 사용하는 인의 총량은 1㎡당 11.4g 정도 된다. 그러나 실제로 뿌리를통해서 흡수하는 양은 총량의 4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59%%나 되는 양은 체내에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충당한다. 즉, 줄기 아랫부분이 오래되어 쓸모 없어지면 이들로부터 인을 끌어들여 윗부분에서 새 잎을 만드는데 쓰기도 하고 꽃을 피우고 씨를 맺기 위해서 더 많은 인이 필요할 때는 그 주변의 잎이나 줄기에서 끌어들여 쓰기도 한다.

식물이 필요한 영양소를 재활용하는 일은 영양소가 부족한 토양에서 더욱 철저하게 이루어진다.흔히 우리는 울창한 열대숲이라면 당연히 그 토양이 비옥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동부및 중부 아마존 분지와 같은 열대숲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영양염이 부족한 토양에 조성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창한 숲이 형성될 수 있었던 까닭은 다음과 같은 몇가지 사실로 설명된다. 아마존 숲의 바닥에는 수많은 미세한 뿌리가 식물체 잔재와 더불어 공생하고 있으며 식물의 잎표면이나 줄기는 담수조류와 지의류로 덮여 있다. 이 지역 식물들은 고온다습한 기후로 인해 생물의 잔재물로부터 나온 영양염이 토양을 통해 없어지기 전에 거의 대부분이 회수될 뿐만 아니라 빗물속영양분까지 철저하게 흡수한다. 또 식물의 잎과 나무껍질이 두꺼워 체내의 영양분 손실이 매우 적다. 말하자면 넉넉하지 못한 영양소나마 철저하게 재활용하고 보존하여 오랜 세월에 걸쳐 조금씩축적시켜옴으로써 오늘의 울창한 숲을 이루어내게 된 것이다.

요즘 경제적 위기감을 느껴서 그런지 뚱딴지와 열대삼림의 지혜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류 승 원

(영남자연생태보존회·생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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