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열면 삶도 아름답다

입력 1997-12-16 14:21:00

혼돈스럽고 어려운 세상일 수록 마음을 열고 영혼을 진정시키는 이야기가 끌린다. 여명이 짙은 삶속에서 진실의 알곡을 찾게하는 소설 '테오의 여행 1.2'(카트린 클레망 지음, 동문선 펴냄)과 '마틴 드레슬러'(스티븐 밀하우저 지음, 프레스 21 펴냄)은 현대인의 마음의 문을 넓히게 한다.'테오의 여행'은 불치병에 걸린 소년이 떠나는 종교적 문명소설. 그리스어로 '신의 선물'이라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주인공 테오는 악마처럼 예쁘게 생겼다고 감탄할 정도로 잘 생기고 호기심 많은 열네 살짜리 소년이다.

테오는 어느 날 갑자기 현대의학으로도 고칠 수 없는 불치병에 걸려 집안이 슬픔의 소용돌이에휩싸인다.

결국 병원치료를 포기하고 세계 각 지의 신비스런 현자 성인 주술사 치료사 들의 의술에 한가닥희망을 걸고 여행가인 괴짜고모와 함께 세계여행에 나선다.

죽음의 그림자와 함께 신을 찾아 떠나는 그들은 예루살렘 이집트 인도 로마 등지의 성지를 순례하면서 유대교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기독교는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종교지도자를 만나그들의 종교와 의식, 문화적 관습 등을 배운다.

가는 곳마다 많은 현자들과 친구들의 가르침으로 테오는 마음과 정신의 문을 열게되고 세계의 문명과 종교에 대한 균형된 시각을 갖게 된다.

테오는 지상의 사람들이 어떻게 신을 믿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탐구하면서 독자들을 신비의 세계,보편주의 세계와 종교의식의 세계로 안내하면서 '순진한 아이'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낸다.'마틴 드레슬러'는 올 해 소설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한 스티븐 밀하우저의 작품으로 어느 꿈많은사나이의 인생살이를 다뤘다.

19세기가 끝나는 무렵 여름날 아침 뉴욕 맨허튼의 어느 길 모퉁이에 있는 조그만 담배가게에 꿈많은 어린 소년 마틴 드레슬러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마틴은 독특한 아이디어로 큰 매상을 올리고 손님들의 주목을 받아 호텔 벨보이로 취직하고 타고난 성실함으로 지배인의 비서가되는 한편 그동안 모은 돈으로 자기사업을 시작, 대성공을 거둔다. 마틴은 성공가도를 달려 호텔을 사들이고 몇 개의 새 호텔을 세우며 세계를 담으려고 애쓴다.

한편 마틴은 캐럴린과 애멀린 두 자매와 아슬하고도 야릇한 관계를 유지하며 환상과 현실, 광기와야망, 예술과 산업사이의 고통스런 경계선을 넘나든다. 그의 끊없는 욕망은 그랜드 코스모라는 거대한 주거공간을 건설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그랜드 코스모는 마틴의 성공을 가시화시킨 구조물이 되자마자 그를 파멸로 이끄는 빌미가 된다. 과욕이 빚어낸 그랜드 코스모는 재정적인 실패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의 실패를 가져 온다. 마침내 실패를 받아 들일 수 밖에 없게 된 마틴은 쓸쓸한 거리를 걸으며 밑바닥에서부터 새인생을 출발하기로 다짐한다.

뛰어난 아이디어와 성실함으로 꿈을 일궈가도 어쩔 수 없는 삶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인생살이가 우리 모두의 삶처럼 다가온다.

〈李春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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