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광주방문으로 '무풍지대'한때 술렁

입력 1997-12-16 00:00:00

'대선무풍(無風)지대'로 꼽히던 광주가 투표일을 이틀 앞둔 16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의방문으로 술렁거렸다.

광주는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후보에 대한 압도적인 몰표가 예상돼 공식선거운동개시후 김후보는 물론 어느 후보도 방문하지 않은 소외지역이었다. 그런데 한나라당 이후보가 이날 전격적으로광주를 방문, 거리유세를 통해 지지호소에 나선 것이다.

이후보는 이날 아침 비행기편으로 광주에 내려와 송정리역앞 광장에서 20분 남짓 유세를 했다. 이후보는 "표를 생각해서 여기에 온 것이 아니라 일국의 대통령이 되고자 나선 사람"이라며 "부산에서 김대중후보가 받는 표의 절반이라도 얻으면 성공이라고 생각해서 왔다"고 조심스럽게 말문을열었다. 이후보는 이어"김후보가 IMF재협상론을 주장하는 바람에 환율이 올라 우리나라가 23조원이나 손해를 입었다"면서 "정치지도자는 정직하게 실상을 말해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DJ를 비판했다. 이어 이후보는 "한나라당은 어느 지역을 볼모로 하는 정당이 아니며 광주시민은 전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될 저를 지지해줄 의무가 있다"며 표를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청중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후보가 광주에 머문 시각은 한시간. '번개유세'였다. 이환의 광주시지부위원장은 이후보가 광주서석초등학교를 나왔다고 소개하면서"광주는 야당의 식민지가 아니다"며 이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으나 박수는 없었다.

같은 시각 국민회의도 충장로 등지에서 맞불유세를 갖고 한나라당의 광주유세에 흔들리지 말 것을 호소하는 등 긴장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대선막판 이후보측의 광주행은 적지 않은 정치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번 대선구도가 지역대결 구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후보의 전격적인 광주방문은 이후보와 김대중후보와의 양자대결 구도를 가시화해줌으로써 부산경남지역에서 사표방지론을 확산시키는 작용을 할 전망이다.이에 앞서 한나라당과 국민회의는 광주행을 둘러싸고 적지 않은 신경전을 벌였다. 이후보의 광주행이 발표되자 국민회의는 지역감정이 유발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국민회의는 15일 한나라당 지역감정 선동 자작극 차단긴급대책회의를 갖고 광주경찰청에 이후보에 대한 특별신변보호를 요청하는 동시에 유세 방해자에 대한 사진촬영 등의 대책을 발표했고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이후보가 광주를 방문, 거리유세를 통해 지역감정을 부추겨 계란, 돌팔매, 밀가루세례를받으려는 자작극을 기획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구범회(具凡會)부대변인은 광주도 IMF구제금융에 멍들고 헤매는 우리 땅인데이후보가 광주에 가는 것이 무엇이 잘못됐느냐고 반문한뒤 국민회의야말로 자작극 운운하며 억지로 지역감정을 조장하지 말고 이후보 광주방문시 그런 불상사가 없도록 유념해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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