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짝사랑' 직장인이 달라졌다

입력 1997-12-12 00:00:00

출근시간이 오전 9시30분인 지역의 대백.동아 두 백화점.

그러나 이곳 직원들은 오전 9시만 되면 대부분 출근해 그날 할 일을 점검하고 필요한 자료도 챙긴다. 퇴근시간도 정시보다 1시간 가량 늦어지는 것이 예삿일. 예전의 '칼퇴근(정시퇴근)' 모습은찾을 수 없다.

누가 시켜서 그런 것이 아니다. 시간외 수당을 받기 위해서도 아니다. 자신이 언제 감원대상에 오를지, 언제 자신의 회사가 부도로 쓰러질지 모른다는 위기감때문이다. 이 모두가 자신의 회사와공동운명체라는 생각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모 주택건설업체 직원 강모씨(34)는 "예전에는 기계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한번 더 생각해보며 자신의 일처럼 진지하게 일하는 동료들이 많아졌다"고 말한다.애주가인 은행원 정모씨(30)는 술집에 안간지 보름도 넘었다. 호주머니사정이 나빠져서만이 아니다. 숙취로 다음날 업무에 차질이 생기고 또 고객들에게 불쾌한 인상을 줘, 자칫 자신이 근무하는은행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때문이다.

또 다른 주택건설업체는 사내 절약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제안활동'에 참여하는 직원들이 크게 늘었다.

이 업체는 구조조정이나 감원설이 나돌지 않는데도 복사용지 한장이라도 아끼고 일에 대해 애착을 가지려는 직원들의 모습이 확연히 들어날 정도.

중소무역업체 직원 김모씨(36)는 "회사도 나라경제도 어렵다고 하니 마음가짐이 새로워졌습니다.요즘 바이어들과 상담을 할때면 수출단가를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끈질기게 홍보를 하고 설득을 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변했는지 자신도 모를 정도로 말이죠"이들 모두 '일터'에 대한 사랑이다. 어려운 회사를 살리고 나라경제를 일어서게 하는 힘이 되고있는 것이다.

〈金敎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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