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선택의 기로에 서서

입력 1997-12-11 15:19:00

대통령선거일이 이제 꼭 일주일남았다. 유권자들은 두 차례의 세 후보합동 TV토론을 지켜보기도했다. 일부 국민들은 '보면 뭘하나'했지만, 시청률이 방송3사 합계 50%%대를 나타내 유권자들의 관심도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관심이 크다는 사실은 민주주의발전이란 단순측면에서만 평가할 수 없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세 후보중 어느누구에게도 선뜻 마음이 가는 사람이 없기때문에 TV토론이나마 지켜보고 판단에 도움을 얻고자 한 것이 아닐까.일주일 남은 대선

TV토론은 전체방영시간의 제약에서 뿐만 아니라 반론에 대한 무제한 재반론이 허용되지 않아 후보들의 '근본'을 이해하는데는 거리가 너무 있었다. 슬쩍슬쩍 무식·무지한 말이 그대로 넘어가는것도 시청하기에 거북스러웠다. 무엇보다도 자질구레한 일에 티격태격하는 모습은 '양념'정도로여기기에도 민망했다. 물론 유권자 심성의 밑바닥을 원시적으로 건드려 표로 연결하겠다는 의도가깔려있겠지만, 이 어려운 시기에 국가최고지도자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의 풍모는 아니었다.

찍기는 찍어야

어쨌거나 TV토론은 이런저런 불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선거문화의 한 장(場)으로 자리매김해가는 듯하다. 돈 들여 대규모군중을 동원하는 사례가 없어지게 된 것만도 정치 고비용을 개선하는데 일조(一助)가 될 것이다. 후보들은 모두 약점을 가지고 있는데 중요한 선택을 일주일 앞두고장점만 한번 검토해보면 혼란스러움이 다소 진정될지 모르겠다. 이회창후보는 강직한 성품이 그대로 드러나고 안정감도 있다. 김대중후보는 식견이 높고 집념도 강하다. 이인제 후보는 젊은 패기와 정열이 놀랍다…정도로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대통령직은 호랑이 등을 타고 달리는 것과 같다'고 미국의 어느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언급한 바있듯이 매우 어려운 직분이다. 떨어지면 잡아 먹히고 그대로 호랑이 등에 업혀가자니 끝없는 정글이 두렵다. 이런 자리를 서로 내가 해야겠다고 하는 걸 보면 우리 서민들로선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더욱이 'IMF규제시대'에 대통령을 맡게될 그들인데 아직도 1백가지이상의 장밋빛 공약을 내걸고 있으니 앞으로 최소 3년간의 예측되는 실상(實相)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지 의아스럽다. 설마 표만 얻으면 그만이라고야 생각하지는 않을테지….

세 후보를 놓고 얼른 손이 가지 않아 그들의 장점만 머리속에 그려보지만 아직도 알고 싶은게 많다. 두아들 모두 군에 가지 않은 과정에 진정 도덕적·법적 잘못이 없는가. 월북한 오익제의 편지와 편지수신명의자와의 북한 커넥션은 진짜 없는 것인가. 국회의원 8명밖에 없는 신생정당의 후보가 과연 혼란스런 정국을 안정시키고 경제를 다잡을 수 있을 것인가…등등 어둠에 휩싸인 고샅처럼 의구심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번민의 긴 겨울밤

그럼에도 선택의 순간은 시시각각 다가오고있다. 차라리 인물자체는 접어두고 내각제냐 대통령중심제냐, 3김청산이냐 세대교체냐 정권교체냐, …이렇게 선택의 기준을 압축하면 어떨까. 내각제를하겠다는 후보는 한사람이니까 선택하기 쉬우나 대통령중심제는 두사람이니까 골라잡기가 어렵다.그래서 대통령제를 결정한 유권자는 3김청산에 무게를 더 둘것인가, 세대교체에 비중을 더 할 것인가를 판단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가장 혼미스런 것은 대통령제를 선호하는데,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경우가 될 것같다. 마찬가지로 내각제를 한번 해봤으면 좋겠는데 3김청산·세대교체에 더 관심이 가는 경우 일 것이다.

날씨가 몹시 추워졌다. 많은 사람들은 여러가지 번민에 긴 겨울밤 잠을 뒤척인다. 내 직장 또는기업은 온전할까. 대통령은 누굴 찍지? 나라의 장래는 어떻게 되는거지? 한 잔의 술도 위안이 되지못하고, 한권의 책으로도 긴긴 밤을 달래지 못한다. 그래도 이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할 주체도'나'고 원동력(原動力)도 '나'에게서부터 나온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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