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금반환거부'再發없도록

입력 1997-12-10 00:00:00

부도난 금융기관에서 '고객예탁금반환거부'라는 사상 초유의 금융사건이 벌어졌다. IMF한파를 견디지못해 부도난 고려증권직원들이 "3자인수와 신분보장을 약속해달라"며 고객예탁금반환을 거부한 것은 예사롭게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 다행히 하룻동안의 예탁금반환작업거부로 일단락됐지만앞으로 금융기관 구조조정과정에서 문을 닫거나 도산할지 모를 금융기관에서 이같은 사태가 재발한다면 더큰 사회혼란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해당금융기관의 임직원과 거래고객에만국한되는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 전 금융기관의 신뢰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수도 있는 것이다. 그같은 결과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사태를 지나치게 비관적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고려증권사건을 계기로 이같은 사태에 대한정부의 명확한 대책과 방침을 세워놓지 않는다면 그같은 국민불안을 씻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고려증권직원의 예금반환거부는 명백한 불법이며 위법행위에 대해선 법에 따른 조치가 불가피할것이고 설사 추후에 이같은 유사사건이 터진다해도 그같이 의법처리하면 될 것이라할 수도 있다.또 고객을 위해선 다른 증권사창구에서 예탁금을 인출하고 증권예탁원을 통해 계좌를 이체할 수있도록 조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경우 고객에게도 엄청난 불편을 주고 업무적으로도숱한 낭비를 가져올것이다.

따라서 그보다는 그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는 대책이 필요한것이다. 고객의 재산인 예탁금을 담보로 자신들의 주장과 요구를 관철하려 들 때는 법적 조치 외에도 사회적 불이익을 당하게된다는사실을 모든 금융기관종사자에게 먼저 깊이 인식시켜야 할것이다. 졸지에 직장을 잃게된 직원들의심정이 오죽해서 그런 행위까지 하게됐을까 십분 이해할수있는 측면도 있다. 금융산업 구조조정과정에서 불안한 마음을 안고있는 금융기관종사자에게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불이익을 환기시킨다는것도 내키지않는 일이다. 그러나 예금반환거부와 같은 불법적 행위가 자제되지 않는다면 우리사회 전체의 고통과 불행이 초래될수도 있기 때문에 그같은 대비를 수용할수밖에 없는것이다.그리고 IMF한파는 비단 금융기관에만 몰아닥친게 아니다. 기업, 가계, 정부에까지 속도와 충격의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전국민, 전분야에 고통을 몰고온것이다. 우리는 이같은 잘못된 상황에대한책임을 따지는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어떻게라도 버텨내고 슬기롭게 극복하는것이 더욱 긴요하다. 금융기관뿐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일어날수있는 어려움에 이성과 지혜로 대처할 각오를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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