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 대선후보 연설문 담당팀

입력 1997-12-09 14:54:00

대선후보들이 유권자들 앞에서 화려한 수사와 절묘한 조어(造語)로 펼쳐보이는 연설에는 연단뒤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약하는 '말'의 조율사들의 땀이 배어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후보, 국민신당 이인제(李仁濟)후보에게는연설문 작성을 전담하는 '스피치 라이터'들이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유권자 가슴을 파고드는 연설을 만들어내기 위해 매일같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이회창후보의 기자회견문이나 거리유세문은 대부분 김성익(金聲翊) 이영섭(李領燮)보좌역이 전담하고 있다. 이들의 직책명칭도 '연설문 담당 보좌역'이다.

언론인 출신인 김보좌역은 5공화국 시절 청와대에서 통치사료 담당비서관을 역임했다. 당료출신인이보좌역은 노태우(盧泰愚) 전대통령의 연설문 작성팀에서 활약했으며, 92년 대선때 김영삼(金泳三)후보 연설원고를 맡았던 '스피치 라이터' 분야 베테랑이다.

그러나 이후보의 연설문은 사전에 배포되는 적이 거의 없다. 사소한 '말씀자료'까지 이후보 자신이 최종적으로 직접 챙기기 때문이다. 이후보는 행사장에 도착할 때까지 연설문 초안을 훑어보면서 원고를 직접 고치기도 하고, 연설원고와 상관없이 즉석에서 자신의 어법으로 표현하는 일이 잦다.

TV 연설문의 경우는 강용식(康容植) 박성범(朴成範)의원이 이끄는 TV 대책위원회에서 맡고 있다.

연설의 달인(達人) 김대중후보가 거의 모든 연설의 내용과 방향을 정하고 있어, 스피치라이터들은전문용어와 키워드 사용에 대한 조언을 하는 보조기능을 하고 있다.

TV방송대책본부에 참여하고 있는 이해찬(李海瓚) 김한길 정동채(鄭東采) 김영환(金榮煥)의원 등은 TV토론회 리허설 과정에서 김후보의 모두및 마무리 연설 내용이 간결, 명료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모니터하고, 의미전달이 명쾌한 메시지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한파로 단란한 가정의 분위기가 위협받고 있다" "이순신(李舜臣)장군이 12척의배로 왜군을 물리쳤으나 나에게는 4천5백만 국민이 있다" 등의 표현은 이들의 작품이라는 것.또 현역 방송구성작가 5명이 김후보 TV후보연설 내용을 기.승.전.결 형식으로 구분, 20분동안에연설이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이인제후보는 소형메모지에 그날 연설에 필요한 주요단어만을 적어둔뒤 연설도중 참고하기로 유명하다. 그만큼 연설내용을 후보 혼자 결정한다.

하지만 TV토론 등 행사가 많아지면서 공보특보실을 운영, 연설문 작성에 도움을 받고 있다. 정책관련 연설의 경우 한이헌(韓利憲)정책위의장과 오갑수(吳甲洙)정책팀장이 정책골자를 발제하면 손풍삼(孫豊三)공보특보와 채만식(蔡萬植)변호사, 방송작가 김성수(金成壽)씨, 신문기자 출신 이한호(李漢浩) 이현숙(李賢淑)씨, 카피라이터 출신 김용태(金容兌)씨 등 11명의 공보비서진들이 협의해최종문안을 가다듬는다.

이후보가 연설문안을 수정하는 것에 대해 보좌진들이 반대하지는 않지만 이후보가 논리성에 기반한 문어체 형식의 화법을 구사하므로 보좌진들은 감성적인 구어체화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조언만큼은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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