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출판가는 위대한 영웅의 탄생과 작은 행복을 갈망했던 독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한 해였다.지난해 맹위를 떨친 소설대신 우화류 에세이가 그 자리를 차지했고 사회불안을 반영하는 책이 불티나게 팔렸다.
지난해 출판시장이 '좀머씨이야기'(열린책들)와 '아버지'(문이당)가 분할통치했다면 올해는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이레)가 장기집권했다.
소설에서 비소설로의 발빠른 교체의 밑바닥에는 대기업 연쇄부도, 감원태풍, 정치혐오 등 우리 사회의 심리적 공황이 깔려있다.
이런 난국에서 사람들은 영웅들을 필요로 했고 한편으로는 거대한 것에 감추어진 일상의 감동이필요했다. 소설에서 '람세스', 비소설에서는 우화류의 명상서적이 많이 팔려 이를 대변한다.외로운 섬처럼 떠도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씻게 하는 이야기를 잔잔하게 엮은 '마음을 열어주는101가지 이야기'는 독자들의 돈 주머니를 열어 작은 행복을 사게 했다.
철학과 유머, 은유와 풍자를 통해 시대를 초월한 처세의 지혜를 재미있게 묘사해 우화의 시대를열었다.
이 책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1백 50여만부가 거뜬히 팔리고 이후 출판시장에서 '~가지'류의 책을 수십가지 양산하는 '따라하기출판'의 물꼬를 텄다.
'20대에 하지 않으면 안될 50가지' '30대에 하지 않으면 안될 50가지'(홍익출판사), '여자들의 마음이 열리는 101가지 이야기'(이레), '한국이 일본을 죽어도 못따라잡는 이유 18가지'(사회평론)등 후속타가 인기를 끌자 '~가지'라는 제목을 단 50여종의 책이 쏟아져 나왔다.'선과 악을 다루는 35가지 방법'(자작나무)은 4/4분기에만 30여만부가 팔려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를 밀어내고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역사교양서가 여전히 강세를 보인 인문사회분야는 전반적으로 저조했다. 종합베스트셀러 목록에오른 것은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들녘)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창작과 비평사)정도.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한길사), 김석철의 '세계건축기행'(창작과 비평사)도 고급독자의인문적 열정을 자극했고 1인 저널리즘을 표방한 강준만 교수(전북대)의 '인물과 사상'(개마공원)은실명비판을 내세운 도발적 문제제기로 화제와 논란을 일으켰다.
'돈 버는데는 장사가 최고다'(현대미디어),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김영사) 등 이른 바 돈자가 들어가는 창업관련서가 불황과 감원시대의 생존전략을 반영, 독자들의 인기를 끌었다.하늘북 권오국 사장은 "경기불황에 따른 재테크, 창업관련서적, 처세술에 관한 책이 많이 팔렸고인문과학서적은 심한 불황을 겪었다"며 "독자들이 너무 가볍고 감상적인 책에만 몰리는 경향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李春洙기자〉
댓글 많은 뉴스
[단독] '애국가 부른게 죄?' 이철우 지사,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돼
여권 잠룡 홍준표·한동훈·오세훈, "尹 구속 취소 환영·당연"
이재명 "검찰이 산수 잘못 했다고 헌정파괴 사실 없어지지 않아"
홍준표 "尹탄핵 기각되면 혼란, 인용되면 전쟁…혼란이 나아"
민주당 "검찰총장, 시간 허비하며 '尹 석방기도' 의심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