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증권 부도 원인-파장

입력 1997-12-06 00:00:00

고려증권이 5일 부도를 냄에 따라 '금융기관은 망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가 여지없이 무너졌다. 금융기관의 부도는 지난 63년 증권대파동 당시 50여개 증권사의 연쇄파산 이후 처음있는 일로 국제통화기금(IMF) 시대의 서막을 의미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려증권 부도 정리과정에서 증권업계의 '빅뱅'과 나아가서는 금융산업의 구조개편 바람이 휘몰아칠 전망이다.

고려증권의 몰락은 무엇보다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신용공황의 불길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실 증권사는 물론 은행, 종금 등 금융기관 전반의 예(탁)금 인출사태로 확산되는 것은 물론 자금시장의 경색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고려증권 역시 이미 금융권 전반에 광범위하게 확산돼있는 신용공황과 IMF 개입의 희생양으로지적되고 있다. 고려증권은 지난 2일 IMF의 요구로 9개 종금사가 영업정지를 당해 은행들이 재정경제원의 약속을 믿고 이들 종금사에 전날 제공한 콜자금을 회수할 수 없게되면서 다음날부터 콜자금 제공을 기피하자 순식간에 자금난에 휘말렸다. 재경원의 콜자금 연장을 통해 지난 2일간 연명해 왔으나 번번이 은행들의 담보제공 요구가 뒤따랐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금융권은 특히 '금융기관이 망하는' 이번 사태의 불똥이 또다시 종금사들로 튈 가능성을 무엇보다우려하고 있다.

종금사들의 예금인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인데 이로인해 종금사들이 생존을 위해 무차별적인 여신회수에 나설 경우, 금융권은 물론 재계 전반이 일대 소용돌이에휘말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서는 일부 종금사들이 외환업무 취급이 중단된 이후 원화자금 업무마저 지장을 받고있어 자체 도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기업여신의 대대적 회수에 나설 것으로 보고있다.

따라서 은행이나 종금사의 자금제공 기피 현상과 예금인출 사태가 맞물릴 경우, 초유의 금융기관연쇄부도 사태를 맞이할 공산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더욱이 이러한 신용경색은 건전한 기업의 도산사태로까지도 이어질 수 있어 고려증권의 부도는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증권사로만 국한하더라도 부실 증권사의 몰락을 업계에서는 예견된 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34개 증권사들은 지속적인 증시침체로 지난 95년, 96년 각각 6천억원, 5천억원씩의 적자를 기록한데이어 올 1·4분기에만도 7백억원 이상의 적자를 냈다.

특히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들이 총수입 중 위탁매매 수수료에 60~70%%를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수수료 자유화 및 외국증권사의 진출 등이 예정돼 있어 뼈를 깎는 구조조정 없이는 살아남기 힘든 지경에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의 담합으로 현상 유지되고 있는 수수료가 인하되면도산 증권사가 나올 것이라고 이미 예견해 왔었다. 더욱이 부실채권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선 상태이며 부도를 낸 고려증권은 부실채권 규모 업계 1위사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고려증권의 정리과정이 순탄하지 못할 경우 실물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우려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를 답습해 국공채를 발행, 부실채권정리에 나서거나 특융 등 재정을동원하게 되면 결국 이는 국민부담으로 작용해 실물경제의 침체를 초래할 뿐 아니라 좋지않은 선례를 남기게 되는 등 부작용이 매우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적절한시점에 인수·합병 등을 유도해야 하며 이는 증권업계의 '빅뱅', 나아가서는 금융산업 구조개편의시발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우경제연구소 한상춘 연구원은 "금융기관의 부도 후 처리과정이 국민부담으로 전가돼 결국 실물경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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