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주권 회복까지 다시 뛰자

입력 1997-12-04 00:00:00

IMF구제금융조건의 수용합의는 우리잘못이 자초한 건국 50년사의 최대 치욕이다. 6·25전란의폐허에서 허기진 배를 졸라매고 밤잠 자지않고 일으켜세운 세계 11위 경제대국의 자존심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것이다. 허탈과 울분, 좌절과 자괴감이 가슴을 친다.

이제부터 미국과 일본이 중심이 되는 IMF에 빌릴 돈을 갚기까지 경제주권을 내주고 살아야한다.구한말(舊韓末) 우리의 선조들이 일본 차관으로 인해 경제주권을 상실하고 그에 이어 국권(國權)을 빼앗겼던 과거를 생각하면 말이 좋아 IMF구제금융이지 우리의 자구노력이 성공하지 못하면이보다 더한 굴욕도 감수할지 모른다. 이제와서 무능한 정부, 오만한 재벌, 부패한 정치, 낭비해온국민이 서로의 잘못을 탓하기엔 이미 때가 늦었다.

협상기간동안 외환위기에 숨가쁜 우리의 약점을 잡고 IMF협상단의 뒤에서 온갖 무리한 요구를해온 이른바 우방이라는 미국과 일본의 냉혹한 태도는 우리에게 섭섭함을 주었지만 동시에 뼈아픈 교훈을 남긴 것이라 하겠다. 이제 IMF는 우리에게 온갖 조건을 붙여 종합 5백50억달러이상의차관을 준다지만 그것은 우선 아사상태를 면하게하는 한그릇의 밥일뿐이다. 이번에 겪은 뼈아픈교훈을 골수에 새겨두지 못하면 더 많은 세월 구걸해야할 참담함을 맛볼 것이다.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면 경제국치일(國恥日)의 수모를 잊지 말고 지금부터 국민각자가 경제주권회복운동에 나서는 독립군전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IMF와 이행합의한 조건은 현실적으로 피해갈 수 없는 내용들이다. 그중에는 우리가 벌써부터 자율적으로 추진했어야 할 금융개혁과 산업구조조정, 재벌의 문어발식 차입경영개선, 노동시장유연성강화등이 들어 있는 것은 우리가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고 솔선시행할 과제다. 그리고 성장률3%, 균형 또는 소폭흑자의 긴축재정, 세수확대조치등 국민의 고통을 수반하는 합의내용도 우리의잘못으로 받게 되는 처벌로 알고 감내해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본및 금융시장의 조기확대, 무역관련 우리산업정책의 일부포기등도 그들의 돈을 빌리는 마당에 입술을 깨물고 받아들일 수 밖에없는 것이다. 일부에서 불평등한 조건을 강요한 이번 협상을 다시 해야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현실적으로 우리가 놓인 처지에서 찬밥, 더운밥 가릴 입장이 아니다. 외화난에서 빚어진 절체절명의위기에서 우선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을 차려야한다. 지금부터 시작되는 금융시장조기개방과 수입선다변화제도·무역관련보조금·수입제한승인제의 폐지, 자동차등의 수입형식승인제보완, 재벌정책의수정요구등에는 국민의 각별한 각오와 정부의 현명한 정책유도가 요구되는 부분이라하겠다. 외국자본의 금융기관인수합병이 자유로워지고 단기채권시장이 개방되는 상황은 우리 금융이 외국자본에 지배될 가능성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부실채권으로 골병이든 우리금융기관이나 자금난과 경쟁력약화에 몰려있는 우리기업의 금융기관 인수합병능력은 거의 없다. 그리고 이전부터 미국, 일본, EU등이 산업·무역정책부문에서 요구해온 조건을 이번에 대폭 수용했기때문에 우리의 수출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도 큰 고민거리며 무역전략의 수정이 요구된다.

특히 IMF지원에 따라 금융빅뱅에 못지않게 재벌기업의 해체론이 나올만큼 기업의 대변혁이 예상된다. 국민총생산의 절반 가까운 몫을 차지하는 30대재벌의 개편과 변화는 우리경제의 근본체질을 바꾸는것이라하겠다. 그동안 재벌문제는 우리경제가 성장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온 공로자로서의 긍정적 평가와 함께 선단식 경영, 방만한 차입경영, 정경유착등으로 부정적 비판을 받아온것으로 요약할수있다.

이번 IMF와 합의로 대기업계열사간 내부거래금지·상호지급보증해소, 연결재무제표 도입등 기업경영투명성제고 요구로 부정적 측면을 개선하지 않을수 없게됐다. 그렇게 될경우 재벌해체로 갈가능성이 크게 된것이다. 재벌해체와 약화는 반도체·조선등의 품목에서 선진국등과의 경쟁에 유리한 입장에 놓여있었던 수출품목들에 불리한 여건이 올수도 있는것이다. 그것이 이번 협상에서EU등 선진국들이 의도적으로 노린 내용이란 분석도 있다. 따라서 재벌문제에서 부정적 요소들을개선하는것은 당연하지만 대외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선회해서는 안된다.이제 IMF지원이 우리의 약점을 노린 선진국들의 노림수에 떨어지는 결과가 되지않고 진정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다시 새로운 각오로 분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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