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데스크-외양간 고치기

입력 1997-12-03 15:11:00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란 우리 속담의 참뜻을 IMF구제금융을 받기에 이른 작금의 경제대란에서 실감하게 된다. 외양간이 흔들리는 조짐은 이미 진작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었다. 연초 한보사태가 불거지고 부도가 확산되면서 환율이 오르기 시작하고 주가가 내림세를 보이자 '제2의 멕시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국내외 여기 저기서 나왔다.

**저 멀리 달아난 소

하지만 대선에 눈이 먼 정치권, 레임덕에 복지부동인 행정부는 위기상황은 안중에 없었고 이들의행태에 자포자기한(?) 일부 국민들도 흥청망청 이었다. 중소기업들은 운영자금이 없어 아우성인데도 도심외곽에는 러브호텔이나 대형음식점이 잇따라 들어섰다. 공항은 해외여행객들과 유학생들로 초만원을 이루고 외제승용차와 모피옷은 불티나게 팔렸다.

연약한 사슴을 노리는 늑대떼로 비유되는 외국의 투자가들이 이를 모를리 없었다. 불안을 느낀외국은행이 대출을 중단하고, '소로소'같은 메가톤급 국제투기꾼들이 돈을 뺐다 넣었다 환차손을챙기기 시작하자 외양간은 허물어지고 소는 저멀리 달아나 버렸다.

외양간이 위험하기는 고도성장 경제패턴을 추구해온 신흥 아시아개발국 모두가 비슷했다. 그러나민도가 낮은 태국과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홍콩은 정치·경제지도자들이 재빨리 대처함으로써 우리처럼 IMF에 구걸하는 치욕은 당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는 마하티르총리의 후계자로 인정받는 안와르가 추진중인 대규모 인프라건설을 포기거품줄이기 구조조정에 들어가 외국투자자들의 불안을 진정시킴으로써, 홍콩은 중국의 대규모 달러보유에 힘입어 위기상황을 빠져나왔다. 권위주의 국가인 싱가포르는 강제저축을 실시하고 근로자 임금을 20% 삭감 위기를 이겨냈다.

그러나 우리의 공직자들은 위기상황이 닥쳤는데도 우리의 경제규모가 아세안 국가들과는 비교가되지 않을 정도로 크고, OECD가입국이라며 갖가지 장밋빛 경제지표를 내놓으며 거드름을 피우다실기를 해 나라를 이지경으로 만들었다.

현재 국민들이 '갱제'는 쥐뿔도 모르는 대통령을 잘못 뽑아 '개혁국가'는 커녕'부도국가'로 만들었다고 김영삼정부에 분노하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 아닌가 싶다. 외양간의 소가 달아나자 외양간을 수리해야 한다고 또한번 온나라가 '경제살리기'결의대회로 부산하다.

정부부처와 시·도지방자치단들이 앞장서면서 유치원 원아에서부터 대학 총·학장님까지 나서 외화모으기, 국산품쓰기, 경비절감, 자동차 덜타기…등 틀에박힌 결의대회가 전국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다.

현수막을 써 붙이며 어깨띠를 두르고 수백명에서 수천명에 이르는 사회지도층(?)인사들이 동원되는 행사를 지켜보노라면 이행사를 치르는데 드는 비용은 경제살리기에 역행하는 낭비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경제살리기 역행

특히 평소 외국여행 못하고 국산품을 애용해온 대다수 서민들의 눈에는 결의대회의 구호와 내용이 왜 새삼스럽게 강조돼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없지 않다. 이제 IMF의 요구조건을 정부가 수락, 경제전반에 대한 칼질이 시작돼 고물가 대량실업 세금인상등으로 인한 국민의 고통이가시화되면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다시 분출될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은 공직자들이 늘상해오던 결의대회에나 앞장 선다고 해결될성 싶지않다. 국민들의시선이 더 따갑기전 공직자들의 스스로 뼈를 깎는 변신의 자세가 어느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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