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시장에 오면 경제회생 보인다

입력 1997-12-03 14:17:00

불황이 장기화되고 달러 위기가 좀체 숙질 희망이 보이지 않으면서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수혈을 요구, 광복 이래 처음으로 한국경제가 국제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한강변의 기적을 이루었던 코리아를 수렁에서 다시 일으켜 세울 주체는 실제 구제금융을 통해 내정간섭까지 할 IMF가 아니다. 코리아를 다시 일으켜 세울 주체는 바로 우리 가정과 기업들이다.이미 직장인들은 점심 회식때 고기를 먹는 것은 사치라면서 도시락 싸오기를 거론하고 있으며,각급 학교에서 학생들의 외제 학용품 외제용품 쓰기를 금지시키고, 주부들도 물물교환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더 이상 소비가 미덕이 아니라는 알뜰정신의 회복과 국적없는 명분으로 고가 외제품을 마구 사들이는 풍조를 말끔히 씻어내는데 대한 관심을 가진 이라면 각종 중고시장과 벼룩시장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대구에 아직 상설 벼룩시장은 없다. 하지만 단체나 모임에서 회원이나 비회원을 상대로 한 물물교환시장이나 되살려쓰기운동은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대구에서 물물교환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대구YWCA, 푸른평화운동본부, 대구여성회, 장원교육,새날장터 등.

대구YWCA(473-3404)는 물질만능주의를 지양하고, 아껴쓰는 생활습관을 들이기위해 74년째 중고장터를 열어왔으며, 90년대부터 '아나바다'장터를 열어오고 있다. '아나바다'장터는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고의 머릿글자를 따온 조어로 회원들이 쓰던 물건이나 중소기업체에서 협찬받은 상품을 싸게 공급하기 위해 매달 한번씩 열린다. 옷이 장터의 최고 인기 물품이며, 어린이도서나 완구도 손길이 자주간다. Y는 회원들에게 다시 절약정신을 강조하기 위해 바른삶실천대회에 아나바다 운동을 포함시켰으며, 회관 앞뜰의 공사가 끝나는 내년 3월부터 장터를 재개하게 된다.

푸른평화운동본부(254-1136, 0545-972-1349)는 근검 절약 재활용의 생활자치운동을 정착시키기위한 되살이장터를 매년 열어오고 있다. 되살이장터에는 쓸만한 옷가지나 학습보조교재 인형등이활발하게 거래된다.

또 대구여성회는 5백여 회원들이 물건정보를 공유, 특히 어린이를 둔 회원가정끼리 옷을 물려주는 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대구여성회내의 소모임인 '건강한 방송모임'이나 '푸른 교육모임'의 30~40대 주부들은 자녀들의 배내옷을 한결같이 물려쓰고 있으며, 막내 옷은 다른 회원들에게 물려주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 이 모임 김영순 사무국장은 "회원간 물물교환이 너무잘돼 일반인들에게도 확대했더니 안쓰지만 쓸만한 것을 내놓아야하는데 대부분 쓰레기처분해야할 옷들을 내놓은 경우가 많아서 일반인을 상대로한 벼룩시장은 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장원교육은 어린이들에게 손때 묻은 물건을 친구의 물건과 교환함으로써 재활용의 소중함을 키워주는 어린이벼룩시장을 4차례나 열었다.

어린이벼룩시장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재미있게 읽었던 동화책을 다른 친구가 가져온 예쁜 인형과 바꾸니 너무 좋았아요" "여동생 원피스를 5백원에 사주었는데 귀여웠어요"라고 한마디씩 하며아껴쓰고 돌려쓰는게 매우 값진 경제생활임을 배웠다.

대구경북생활정보센터(대표 송필경)는 회원들이 내놓은 중고물품을 기관지 '새날장터'에 게시, 회원들끼리 돌려쓰기를 유도하고 있으며, 헌옷과 신발을 기증받아 농촌의 작업복으로 보내는 작업도 펼치고 있다. 또 새날장터는 첨단 시대에 맞는 알뜰생활 개념을 도입, 386이상 중고컴퓨터를기증받아 소년소녀가장과 복지시설아동들에게 보내는 사랑의 컴퓨터보내기 운동을 매일신문과 함께 펼치는 역동성도 보여주고 있다.

대구YWCA 조은영간사는 "외국에서는 물려쓰기가 생활화돼 있는데, 우리는 다른 사람이 쓰던 것을 어떻게 느냐거나 남의 눈을 의식하는 의식이 강하게 남아있다"면서 중고 여성옷은 잘 팔리는데 남자옷은 아무리 좋은 것도 전혀 매기가 없을 정도로 가부장적 사고마저 작용, 벼룩시장 활성화의 걸림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황학동 벼룩시장이 상설로 열릴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중고품을 이용하는 계층이 늘어나고 있어 대구와 대조를 보인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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