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중국 닫힌 중국-결혼풍속도2

입력 1997-12-03 00:00:00

흥겨운 풍악소리속에 신부의 붉은 가마가 신랑집에 당도하고 붉은 비단옷에 붉은 천으로 얼굴을가린 신부가 비단신을 끌며 살며시 내려선다. 붉은 신방에서 신부는 미동도 없이 앉아 있고, 마침내 나타난 신랑은 신부얼굴의 가리개를 조심스레 걷는다….

중국에서 운이 좋으면 붉은 보자기를 덮어쓴 전통적인 훙터우빠오(紅頭包) 결혼식장면을 볼 수도있으리라 기대했지만 불행히도 한번도 그런 광경과 마주치지 못했다. 전통결혼식은 이미 도시에서는 사라진지 오래이고 시골에서도 아주 보기 어렵다고 중국인친구들은 말했다. 마오쩌뚱의 중국공산당은 분에 넘치게 낭비를 했던 구식 결혼문화를 봉건잔재로 규정, 검소하게 바꾸도록 명령했다. 게다가'옛것을 없애버리는' 문화혁명의 회오리는 결혼풍속의 많은 부분을 상실케했다.전통결혼식뿐만 아니다. 지금의 중국에서는 특별히 결혼의식이라할 만한 형식도 없고, 예식장도없다. 지식계층에선 혼인등기소에 가서 혼인신고 절차를 끝내는 것으로 결혼식을 대신하는 예가많다. 아니면 기껏 집이나 직장에서 가까운 친지(먼친척에겐 사후에 통지)나 친구 등 20~30여명을초청한 가운데 친지나 신랑신부 양쪽의 직장상사들이 한마디씩 축사를 한뒤 결혼사탕과 결혼담배, 결혼술(喜糖, 喜煙, 喜酒)을 함께 나누고 준비한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이 결혼식의 모두이다.지식인일수록 무형식의 결혼형태가 일반적이다. 중국사회과학원 근대사연구소의 연구원 리창리(李長莉)씨 부부는 연구생원(대학원) 학생시절인 10년전 결혼했다.

"우리 두사람의 과친구들 몇명만 기숙사에 초대해 함께 간단히 식사하는 그런 결혼식이었어요.양가 부모님은 길이 멀어 못오셨고 교수님들도 초대안했어요. 나중에 인사해도 되니까요"베이징에서 붉고 커다란 종이꽃과 신랑신부 인형으로 장식한 승용차가 거리를 느릿느릿 달리는모습을 몇번인가 본 적이 있다. 상당한 재력가 또는 고위층의 자제들 결혼이겠거니 했는데 실제로는 공장노동자들이거나 저학력, 저소득층의 청년들이었다. 결혼식만큼은 남들보다 좀 번듯하게하고 싶은 마음에 차를 몇대 빌려 자기네들끼리 퍼레이드를 벌이는 것이었다. 농촌이나 소도시에서는 신랑신부의 직장상사들이 안배해주는 직장의 차를 타고 거리를 행진하기도 한다.자본주의 바람속에 따콴(大款: 큰 부자)들이 속출하는 요즘은 자녀결혼식을 큰 호텔에서 많은 하객들을 초대, 풍성한 음식을 들며 화려한 결혼식을 과시하는 부류들도 더러 있기는 하다.중국인의 결혼절차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혼인등기(혼인신고)이다. 곳곳에 산재한 혼인등기소에서 취급하는데 다섯가지 조건에 부합돼야만 혼인증이 발급된다. 남녀쌍방의 자의에 의한 결혼인가, 법정결혼연령(남22, 여20세)과 일부일처에 해당하는가, 혈연관계가 없는가, 결혼생활을 저해하는 질환(나병, 성병, 난치성 정신질환, 선천성 정박, 3기폐병, 중증의 심장병 등)이 없는가 등이다. 지방에 따라선 혼인등기때 지정의료기관에서 발급한 혼전신체검사증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최근엔 여행결혼이 새로운 결혼문화의 하나로 등장했다. 지난해말 중국청년보가 30개지역 18~45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예식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하객들을 초청해 치르는 결혼식을 좋아하는 경우가 42.9%%였고 몇년전만해도 낯설었던 여행결혼이 그다음인 40.6%%를 차지했다. 가족행사정도로 간단히 성례만 갖춘뒤 신랑신부가 중국의 절경지인 하이난따오(海南島)나 꿰이린(桂林) 등지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것인데 특히 농촌지역 청년들이 이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또하나, 요즘 중국사회에서는 국제결혼이 상당한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출국붐과 함께 특히 여성들 사이에 국제결혼을 은연중 부러워하는 풍조가 일고 있으며, 선진외국으로 나가는 발판으로서 국제결혼을 이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써와이훈인(涉外婚姻)으로 불리는 국제결혼은 외국인은 물론 중국귀속이전의 홍콩과 타이완, 마카오 등 해외화교와의 결혼도 포함된다. 그러나 아무나 국제결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혼인법에는 현역군인, 외교관, 경찰, 기관요원, 그외 기밀이 요구되는 직종 종사자, 수형자 등은외국인과의 결혼이 금지돼 있다.

아무튼 지난 88년 중국정부가 국제결혼 등록규정을 공포, 법적으로는 처음으로 외국인과의 결혼을 인정한 이후 국제결혼인구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이다.

중국의 혼인관련부서 통계에 따르면 중국인과 외국인의 국제결혼은 지난 82년 1만4천1백93건에서10년후인 92년에는 2만9천5백89건에 달했다. 이 10년간 중국인의 국제결혼은 약20만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중 중국인여성과 외국인의 결혼케이스가 9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홍콩과 지척거리인 광뚱(廣東)지방의 경우 중국내 전체 국제결혼의 90%%를 차지하고 있다.여기엔 지난 7월 홍콩의 중국귀속이전까지는 홍콩인을 외국인으로 간주했던 상황하에서 홍콩인과의 결혼이 상당수 포함된데서 비롯된다.

국제결혼에 대한 제3자의 시각도 상당히 개방적이다. 상대가 외국인이라도 서로 좋으면 할 수 없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그러나 특히 중년층의 경우 "절대 일본인과의 결혼만은 반대"라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생원에서 외국인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는 왕잉쥔(王英君)씨도 "탁구선수 자오즈민(焦志敏)은 한국사람과 결혼해서 괜찮지만 허즈리(자오즈민과 동시대에 활약했던 유명탁구선수)는 일본사람과 결혼해서 배신감을 느낀다"고 분개했다.

아무튼 지금의 중국 대도시에서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몰려든 외국인들로 북적거리며, 그에따라국제결혼의 가능성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수도 베이징만해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구국가 남성들과 데이트하는 중국여성들(그들은 선진국출신이외의 남성들에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듯 하다)을 쉽게 만나게 된다.

서구화된 외모와 파격적인 차림새로 한껏 세련미를 풍기거나 반대로 오리지널 중국냄새를 물씬풍기는 이들 중국여성들은 서양인 남성과의 교제가 매우 자랑스러운듯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나하면 대낮 거리에서 남의 시선은 아랑곳없이 입맞춤을 하는 등 상당히 대담하고 파격적인 면모를보이기도 한다.

〈全敬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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