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정애경씨(57.대구시 중구 남산3동)는 마이더스의 손을 가졌다. 그것도 오래되고 낡은 것만을골라 새것으로 바꾸는 손. 뭐든지 그가 뚝딱 만지면 쓸만한 물건으로 변해버린다.정씨는 손재주 좋기로 인근에 소문나 있다. 아무리 낡아빠진 옷이라도 그의 손에 잡히면 요리조리 오려지고 덧대져서 훤한 모습으로 바뀐다. 그가 새색시였을때 입었던, 35년쯤된 자주색 본견치마저고리는 요즘 유행하는 개량한복으로 얼굴이 달라졌다. 치마아랫단의 금박부분을 잘라 동정대신 달고 짧은 저고리는 치마부분을 덧대 길쑴하게 만들었으며, 매듭단추 2개를 달았더니 멋진생활한복이 됐다. 20여년전 텔리비전 연속극 '새엄마'에서 전양자가 입고 나와 유행했던 세칭 새엄마 두루마기도 요즘의 개량한복 디자인으로 고쳤다.
"당시로는 좋은 천들로 지은 옷들이라 아직 말짱해요. 아깝기도 하고, 성한 옷 버리면 죄받는다는생각때문에 함부로 버릴 수가 없어요" 남편이 새신랑때 입었던 옥색한복 저고리는 자주색 깃과끝동을 대 여자저고리로 만들었고 작아진 사위의 양복저고리는 칼러를 뜯어내고 V네크로 변형해외출복으로 입는다.
고물옷장사를 하는 친구에게 부탁해 모은 낡은 모시두루마기들을 삶아 하늘색, 연두색 등으로염색해서 개량한복을 지은뒤 수전문집에서 저고리 앞섶에 오종종 꽃수를 놓았더니 수십만원짜리부럽잖은 고급한복이 됐다. 직접 만든 개량한복을 즐겨입는 정씨에게 딸은 청학동에 가보라고 놀려대지만 세상에 단하나뿐인 작품이라는데 오히려 뿌듯한 즐거움을 느낀다고.
다섯살, 네살짜리 외손녀, 친손녀들에게도 헌옷을 이용해 새것같이 만들어준다. 지금 서른일곱살인 맏아들의 고교때 교련복과 자신의 낡은 흰색 여름바지를 뜯어 알록달록 재미나게 배색을 한조끼와 바지를 만들어 입히는 식이다.
옷만 재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동네 통닭집에서 얻어온 폐식용유로 직접 비누를 만들어 사용하는가 하면 쓰레기장에 버려진 실뭉텅이를 주워와 모자며 핸드백을 짜서 사용하기도 한다."뭉쳐놓은 폐품도 손질하면 새것이 됩니다. 재활용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새것처럼 쓸 수가있어요"정씨의 생활지론이다.
〈全敬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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