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이야기-철저한 공생관계

입력 1997-12-02 14:10:00

우리 산야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참나무는 탄닌이란 물질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 탄닌은떫고 맛이 없으며 잎을 거칠게 해 단백질과 결합하면 소화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나방이나 나비종류의 많은 유충들은 이 참나무의 잎을 먹이로 삼고 살아간다. 유럽의 피니(Feeny,1970)라는 학자의 관찰에 의하면 참나무에 의존하는 곤충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 겨울나방이로 이 유충은 참나무가 어린 잎을 펼쳐내는 5월에 자라서 5월이 끝나기 전에 땅으로 떨어져 번데기가 되어버린다.이렇게 급속히 자라야하는 이유는 참나무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잎의 탄닌 함량을 급속히 증가시킴과 동시에 잎을 거칠고 질기게 해버리기 때문이다. 유충의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시기를 놓치면 잎을 먹을 수가 없게 된다. 이렇게 참나무는 탄닌으로 화학적 구조적 방어를 하려고 하나겨울나방이는 탄닌으로 채 무장하기전의 어린 잎을 먹이로 삼음으로써 이 방어망을 교묘히 뚫고나간다. 오랜 진화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악연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먹고 먹히는 관계와는 달리 서로 베풀고 돕는 관계가 있다. 니카라과, 파나마등 아메리카 열대지방의 몇몇 아카시아 종류와 아카시아 개미는 서로 떨어져서는 못 산다. 얀젠이라는 학자에의하면 이 개미와 같이 살면 보통 10개월이상 생존할 수 있는 나무 수가 72%정도 되는데 반해개미를 제거하면 생존율이 43%로 줄어든다고 한다. 또 5월 하순에서 8월초까지 1백cm이상 자라는 것이 개미가 없으면 16cm밖에 자라지 못한다고 한다. 이 아카시아는 속이 빈 큰 가시를 가지고 있어서 개미에게는 좋은 서식처가 되며 잎의 끝이 변형된 부분인 벨티안 체는 영양소가 풍부해서 개미의 먹이로서는 그만이다. 더구나 이 아카시아는 건기든 우기든 상관없이 일년 내내 잎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개미로서는 집과 양식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아카시아로부터 이렇게 큰혜택을 받는 개미는 이에 대한 보답을 철저히 한다.

어떤 초식성 동물이 이 아카시아 잎이나 가지에 닿으면 찌르거나 물어서 더 이상 닿지 못하게 하기도 하고 터 주변의 식물까지 깨끗하게 제거해버려 아카시아가 편하게 자랄수 있게 해 준다.조영호(영남자연생태보존회·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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