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네트-필리핀경찰 부패·무능 오명 벗나

입력 1997-12-02 14:16:00

독재자 마르코스의 망령을 떨쳐내려는 필리핀의 몸부림이 그가 떠난지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계속되고 있다.

필리핀 상원은 마르코스가 독재권력을 강화하기위해 지방경찰을 군대조직과 유사한 계급구조의국가경찰로 통합했던 것을 원상회복시키려는 경찰개혁법안을 추진중이다.

권력의 시녀였던 필리핀 경찰. 지금은 국민들로부터 낮에는 인권의 탄압자로, 밤에는 마약왕의 경호원·마약중개상으로 악명을 얻고 있다.

최근 필리핀정부 특별수사대 요원들이 마약왕 알프레도 티안코의 집을 급습했을 때 놀랍게도 20명의 현직 경찰관들이 거기에 있었다. 이들은 마약밀매조직의 일원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마닐라에서 동쪽으로 30㎞ 떨어진 몬탈반에서는 40여명의 공산반군들이 경찰서로 걸어들어가 서장을 납치하고 나머지 경찰관을 무장해제시키는 웃지못할 사건까지 발생했다. 또 인권침해사례의 절반가까이가 경찰과 관련돼 있다고 필리핀 인권위원회는 주장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 결과 경찰은국민들 사이에 가장 존경받지 못하는 집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마디로 부패하고 거만하면서도 국민의 재산과 생명를 지키는 데는 무능한 필리핀경찰의 오명을확인시켜준 사례들이다.

필리핀 국립경찰 개혁법안을 입안한 메르카도 상원의원은 이러한 상황의 원인을 군대와 같은 피라미드식 조직구조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경찰구조에서 일선 경찰들은 상급자들의 부당한요구와 압력에 속수무책이다. 일부 고위경찰들은 불법도 서슴치 않아 조직을 병들이고 부패의 폭과 골을 넓고 깊게 심화시키고 있다.

개혁법안은 모든 경찰서장들이 동등한 지위를 갖도록 하고 군대식 계급체계를 철폐하는 등 마르코스이전의 지방경찰체제로의 복귀를 지향하고 있다. 또 하급직의 획기적 급료 인상, 양질의 인력충원, 경찰에의한 시민피해를 조사하는 기구의 신설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경찰의 구조개혁에대해서는 반대도 있다. 경찰총수인 리카르도 사르미엔토는 "지금의 군대식 계급구조는 무기를 다루는 조직에서 규율을 유지하고 개개인을 통제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중국경찰도 일부 계급들을 없앴다가 규율이 파괴되는 등 부작용이 생겨 철회한 적이 있다"며반대입장을 밝혔다. 또 라모스 대통령도 "부패한 경찰은 소수이다. 일부를 전체로 일반화하는 것은 자신의 생명과 가족에대한 위험도 무릅쓰고 열심히 일하는 대다수 경찰관에대한 모욕이다"며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필리핀국립경찰과 범죄집단의 차이는?' 이것은 요즘 필리핀에서 유행하는 농담이다. 답은 '아무것도 없다'이다. 어쩌면 엄연한 현실을 암시할지도 모르는 이러한 냉소를 잠재우려면 정치인들이경찰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金大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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