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그늘-국내경제 충격파

입력 1997-12-02 00:00:00

*외환시장

최근 외환위기의 핵심이 금융기관의 부실화에서 비롯된 대외신인도 저하로 해외차입이 어려워진데 있다는 점에서 IMF 자금지원은 대외지급 능력을 회복시켜 전체적으로 외환시장의 안정을 가져온다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현재 우리의 외환보유고는 1백억달러 이하 수준까지 떨어져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IMF의직접 지원과 함께 미국,일본 등 주요선진국과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등을 통한 총 지원자금규모는 5백억~7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돼 이를통해 외환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그러나 단기적으로는 환율 상승 압력 등이 즉각 사라질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IMF 자금이들어온다 해도 이는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가 일단 늘어난다는 의미며 당국이 시장에서 외화를풀지 않으면 수급상황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시장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결국 금융기관들의 해외신인도가 높아져 차입능력이 제고되지 않는다면 국내 외환시장에서의 외화수요는 계속될것이며 당국의 지원을 통해외화부도 위기를 넘겨야 하는 상황도 지속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연말을 앞둔 12월에는 국내 기업들의 기술료 등 해외송금 수요도 많아 환율 불안 요인이 될 수 있을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중·장기적으로도 환율이 안정되기는 하겠지만 최소한 내년까지는 크게 하락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MF와의 협상을 통해 합의한대로 내년도 경상수지 적자를 50억 달러 이내로유지하려면 수출증대와, 해외송금 축소 등을 통한 무역외수지 개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환율 유지가 불가피하다는지적이다.

이에 따라 환은경제연구소는 환율이 앞으로도 약간의 상승과정을 거쳐 내년중 달러당 1천2백원대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LG증권 리서치센터에서도 환율이 당분간 달러당 1천1백원~1천2백원 수준에서 등락하고 내년 2.4분기는 지나야 하락세를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내년 이후 경제가 회복되고 외국자본의 유입이 크게 늘어난다면 원화가치가 크게올라 환율이 1천원대로 내려설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환은경제연구소 차경수연구원은 현재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환율의 상승.하락 자체보다는환율이 얼마나 빨리 견조한 안정세를 되찾느냐는 문제라며 이는 IMF와의 합의가 제대로 이행돼나갈 것인지와 이에 따른 대외신인도 회복여부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자금시장

IMF 자금지원을 받게됨으로써 우리 경제의 초긴축 운용과 이에 따른 금리의 급상승이 예상되고있다. IMF가 요구한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3%대를 하회하는만큼 재정축소와 통화긴축이 불가피하다. 통화당국은 현재 총통화(M2) 증가율을 14~18%선에서 운용해 왔으나 IMF는 경제의 긴축기조유지를 위해 이를 10%대로 낮추도록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실세금리는 연 18~20%선을 넘어설 수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더해 환율의 상승 등으로 상당한 물가상승이 예상되고 경제전반의 구조조정은 기업들의 대규모 부도사태를 유발할 수 있어 금리의 상승압력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IMF는 내년도물가상승률을 5% 이내로 권고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에 따라서는 10%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제시하고 있다.

사실 금리의 급등은 한국에 앞서 IMF 자금지원을 받은 다른 국가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멕시코의 경우 94년중 연평균 14.1%를 기록했던 단기국채 수익률이 95년중 48.4%까지 급등했으며 현재까지도 20%대의 고수준이 지속되고 있다. 태국 역시 외환위기가 가시화된 7월 이후 금리상승세가 줄곧 이어져 올해 5월까지 13%대에 있던 3개월물 은행간 금리가 9월에는 22%까지 상승했으며 현재도 18%대에 형성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7월까지 15%대였던 은행간 단기금리는 8월 이후 50%대까지 상승했으며 11월 들어서도 44.5%의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한국의 경우에도 인플레이션의 급격한 진행과 기업들의 대규모 부도사태 지속으로 인해 90년대초반과 같은 고금리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정유신 대우경제연구소 금융팀장은 때문에 회사채 수익률을 기준으로 한 실세금리가 단기간에20%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종합금융사, 은행 등 금융기관의구조조정이 계획대로 내년 상반기 이전에 무리없이 마무리되고 물가의 급등을 막을 수 있다면 하반기 이후에는 금융시장의 개방확대에 의한 외국자본의 유입 등과 맞물려 13%대로 하향안정될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팀장은 또 금리의 단기 급등보다는 이것이 장기화 되는 것이 문제라며금융기관 구조조정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식시장

초긴축적인 경제운용과 금융산업 구조조정 등 조건을 내세운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지원은증시에 단기 악재, 장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증권전문가들은 경기침체와 금리, 환율상승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확실시돼 단기적으로는 증시 약세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IMF 자금지원을 받은 멕시코의 경우 증시침체가 자금지원 결정 이후 1개월가량 지속됐고태국과 인도네시아도 자금지원 이후 증시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증시상황도 이들 국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경제의 초긴축 운용으로 시중 실세금리가 급등, 기업들의 투자축소 및 금융비용 증대에 따른 한계기업의 도산이 불가피하고 이것이 증시안정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전문가들은 그러나 자금지원 조건을 신속히 이행, 금융 및 실물부문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외국인 주식투자자들의 투자가 본격화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증시가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데 대체적으로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한편 IMF의 자금지원 개시로 업종별 주가 양극화와 동일 업종내에서도 우량기업과 비우량기업간의 주가 차별화가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재정·금융긴축에 따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의 축소, 민간소비의 둔화로 내수기업및 건설업종의 주가하락 폭이 두드러질 것이 확실시된다.

여기에 금융산업 개편 및 금융시장 개방 확대에 따라 금융기관간의 주가차별화도 불가피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실 금융기관의 폐쇄 및 인수·합병(M&A)의 활성화, 외국 금융기관의 진출확대가 예상됨에 따라 부실 금융주의 하락폭은 심화되고 M&A 가능성이 높은 일부 금융주는 상승세가 예상된다.또 부채비율이 낮고 현금흐름이 양호해 부도위험이 낮거나 환율 상승으로 수익성이 개선되는 초우량기업 및 자동차, 조선 등 수출관련 대형주의 상승세가 점쳐진다.

*고용시장

국내 고용시장은 저성장에 따른 대량 실업사태에 직면하게 됐다.

당장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 채용을 억제하고 고용보험 적용사업장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경제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태다.게다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사용자단체는 정부가 고용안정을 위해 노·사·정 3자가 참석하는사회적 합의를 이루자고 제의하고 있으나 개별 기업의 경영활동을 침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어 실업태풍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은 경제성장률이 1% 떨어질때마다 10만명의 실업자가 더 생긴다는 점을 들어내년도 경제성장률이 3%선으로 합의됨에 따라 최소한 15만~30만명이 일자리를 잃고 실업자수는80만~1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내년 신규 채용규모도 올해에 비해 3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점쳐진다.설상가상으로 정부가 2년간 유예된 기업인수·합병 및 업종전환시 정리해고를 즉각 실시토록 법개정을 추진중이어서 고용시장에 일대 회오리바람이 예상된다.

고용패턴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사업을 중심으로 이미 도입돼 있었지정될 예정이다.

근로자파견제는 당초 파견 근로자를 법적으로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거론됐으나노동시장 유연화가강조되는 현 상황에서는 기업이 필요한 근로자를 언제든지 일시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취지에서 법제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총은 노동계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위기상황에서는 감원이 불가피한 일이며 실업자에 대해서는고용시장을 유연하게 만들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사실상 실업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에 책임을 넘긴 상태다.

경총은 또 한때 근로시간 단축 및 임금삭감을 통한 직무분할제 도입을 대안으로 검토했으나 일거리가 많은 국내여건상 근로시간 단축은 적절치 않다는 재계 내부의 지적에 따라 임금억제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경총은 이와함께 정리해고 관련 노동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법개정이 필요하다는데는 찬성하지만법개정 논의가 자칫 길어질 경우 실익이 없다"며 현행 대법원 판례에 따른 정리해고 시행을 주장하고 있다.

경총은 오는 3일 긴급회장단회의를 소집해 이같은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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