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입력 1997-11-29 15:04:00

좋은 일에도 탈이 끼어들기 마련이지만(好事多魔) 대체로 잘되는 집안에는 호호(好好)소리가 들리고 잘안되는 집구석에는 마마(魔魔)소리가 들리는 법이다.

우리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져 하루 아침에 돈꾸러 다니는 신세로 전락하자 우리의 내로라하는 테크노크라트들이 국내외적으로 망신을 당하거나 자존심이 짓밟히고 있다. 지난 24일 APEC회의가열렸던 밴쿠버에서의 한국브리핑시간. 김기환경제협력특별대사·양수길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허노중재정경제원대외경제국장등이 브리핑에 이어 외국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대량실업의 예상수치는' '부채규모를 솔직하게 밝혀라' '재벌특혜가 이번 위기를 부른게 아닌가' '미·일에는 도움청하면서 중국에는 왜 손내밀지 않았는가'등등 기자들의 질문속엔 한국이란 국가의 신뢰성에의문제기는 물론 국가의 권위를 까뭉게는 내용뿐이었다. 이날 저녁 워싱턴의 미국기업연구소에선 이경식한은총재가 '한국의 경제및 자금현황'을 연설하고 질문을 받았다. 뉴욕 타임스기자가'IMF에 2백억달러를 요청했다는데 그것으로 충분한가'고 물었다. 총재는 '아이 돈 노'라고 대답했다. 나흘전에 재경원에서 발표한 사항을 중앙은행총재가 '모른다'고 대답했으니 외국기자들의눈에 한국의 경제상황이 어떻게 비쳤을지는 불문가지다. 아프리카토인들이 곧잘 쓰는 부메랑은공중을 날았다가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4개월 단명으로 경제부총리에서 쫓겨난 강경식의원이 자신의 지구당이었던 부산 동래을구에서도 문전축객 신세가 됐다. 한나라당은 "현 경제위기의책임자가 입당한다는 것은…" 대선에서도 역효과를 미칠것이 뻔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국가망신의 장본인이었던 강의원이 당한 수모를 고사는 사필귀정(事必歸正)으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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