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실명제 폐지 절대불가

입력 1997-11-29 14:56:00

청와대와 정치권이 경제위기 해법을 둘러싸고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핫이슈로 떠오른 금융실명제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은 여전히 단호하다. 즉 정치권에서 금융실명제를 현재의경제난의 원인으로 지목, 한 목소리로 대폭적인 보완과 한시적 폐지를 주장하고 있음에도 청와대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최근 재계의 은행대출금 상환유예 요구도 일축하고 있다. 또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후보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요구한 긴급재정명령권 발동에도 "법과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치적 공세"라며 수용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영섭(金永燮)청와대경제수석은 28일, 한나라당이 금융실명제 보완을 위해 독자입법 추진 방침을밝힌 데 대해 "이미 국회에 제출된 대체법안에 반영된 정부의 입장에 아무런 변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신우재(愼右宰) 청와대대변인도 이날 "금융실명제가 경제를 망치는 범인으로 몰아가는 시각은 잘못"이라며 "현재 감춰진 자금을 끌어내는 방법론에서 거론되고 있을 뿐이지 실명제를 중단한다고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금융실명제를 고집하는 것은 무엇보다 지금의 외환·금융위기와는 관련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데서 비롯되는 것같다.

또 이미 금융실명제를 하면서 많은 대가를 치렀다는 것이다. 지난 4년여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겨우 정착된 마당에 이를 다시 원점으로 돌린다면 혼란과 함께 다시는 시도조차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청와대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실명제 대체입법 및 자금세탁방지법안을 검토조차 않다가이제와서 금융실명제 자체를 유보또는 대폭적으로 손질하자고 주장하는 정치권의 태도에 불만을나타냈다.

은행대출금 상환유예를 위한 대통령 긴급명령 발동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태도다.

당장 금융기관이 대기업들에 빌려준 막대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부실화를 면치 못할 게 뻔하고더구나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고있는 상황에서 금융의 투명화·개방화 방침에 역행하는조치는 취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자세다.

그러나 더이상 현행 금융실명제를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여론과 정치권의 공세가 이어진다고 볼때청와대가 계속 버틸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처방이 막바지 대선전과 맞물려있어 주목된다.

〈吳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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