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實名制, 고집만 할땐가

입력 1997-11-28 14:55:00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금융실명제를 보완하거나 잠정유보해야 한다는 경제계와 정치권의주장에 김영삼대통령이 정면반대의사를 밝힘으로써 난국극복에 또한차례 혼란이 예상된다. 벌써김대통령의 금융실명제보완 불가방침에 대해 한나라당은 "비상한 방법으로 국회를 소집, 입법조치에 나설 방침"이라 했고 국민회의측도 "유명무실화된 실명제유보를 즉각 단행하라"고 반발을보이고 있다. 경제계와 함께 정치권이 금융실명제보완문제를 두고 정부와 힘겨루기를 하게된다면경제난 극복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우리는 금융실명제문제의 논란과 관련, 이미 현행실명제를 고집하기보다 경제난 극복의 방법으로지하자금을 끌어낼수 있다면 금융실명제의 틀을 버리지않는 범위에서 보완책 마련을 검토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까닭은 조세정의실현과 부패방지도 긴요하지만 그것때문에 당장 경제와 금융의 순환에 장애가 있다면 이를 먼저 제거해주는게 순서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이 깨끗한 정치실현과 부정한 돈의 추방을 위해 그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나 사실상 그같은 명분만큼 이 제도를 하자없이 실시한건 아니다. 이 제도를 지금까지 대통령긴급명령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 자체부터 차기정권에서의 영속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처사이며 차명계좌 또한 법적제재가 불가능한 상태에 있는 것도 이 제도의 현실적 허점이다.

따라서 김대통령의 금융실명제보완불가입장은 자신의 업적폄하(貶下)가능성에 너무 집착하고 있거나 아니면 지금의 경제난국에 대한 현실인식이 너무 안이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지금 기업들은 금융기관들의 대출금회수로 전전긍긍하고 있고 증권시장과 자금시장은 계속된 부양책에도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돈이 돌아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계에선 대출금상환연기 긴급명령도 건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최상의 대책이 없을 경우 차선(次善)이나 차차(次次善)의 대책이라도 써야한다. 당장 물한모금이필요한 사활의 기로에선 심한 자금기갈상태다. 무기명장기채든 금융실명제의 잠정유보든 검토할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무턱대고 원칙론만 가지고 반대할 일이 아니다.

물론 선거기에 검은돈 거래에 의한 정경유착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IMF관리를받아야할 경제체제에서 그것만 걱정할 일인가. 정치자금관리문제는 관련 감독·감시기관에서 챙기고 우선은 경제살리기에 초점을 맞추어 정책을 집행해야한다. 대통령은 금융실명제 보완에 정치권과 경제계의 의견수렴과 합의도출에 나서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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