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해외여행 무더기 예약 취소

입력 1997-11-25 14:22:00

정부의 IMF 구제금융 신청을 계기로 외화 낭비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해외여행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지역의 관광업계가 엄청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달러 환율의 급격한 상승으로 경비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한 고객들이 해외여행을 억제하는 한편출발일만 기다리던 고객들도 해외여행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확산됨에 따라 무더기로 예약을 취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외화자금 긴급조달 방침이 발표된 이후 지역의 해외여행업계는성수기인 연말연시를 앞두고도 신규계약이 크게 줄어드는가 하면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대구시 중구의 ㅊ여행사는 이달 들어 해외여행 예약건수가 지난달 보다 절반 이상 감소했는데 그나마 IMF 구제금융 신청일인 지난 21일 이후 해외여행은 문의전화마저 완전히 끊어졌다.더욱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동남아 등지로 떠날 예정이었던 단체여행 고객들도 지난 2~3일간연이어 예약을 취소해 허니문여행 십수건 외엔 계약고가 완전히 소진된 상태라고 이 여행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공무원들이 최근 연말 해외연수 일정 취소를 통보해온데다 기업체들도 경비 절감 차원에서 해외출장을 보내지않고 있다"며 "예약을 취소하겠다는 전화만 계속 걸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의 다른 여행사는 한두달 전인 계약 시점의 해외여행 경비만 받을 경우 환율급등에 따른 막대한 환차손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고객들에게 예약취소를 은근히 부추기고있는 실정이다.이 여행사는 예전 같으면 거의 모든 상품의 계약이 완료되는 이 시기 까지 실적이 부진하자 연말연시 해외여행 상품을 모두 취소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편 해외여행의 위축으로 제주도·설악산 등 국내 관광지가 각광받고 있다.

ㅅ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신혼부부들도 해외여행을 포기하고 제주도·설악산 등 국내관광지로 발길을 돌리고있다"며 "다음달 15일 이후의 제주행 항공권 티켓은 거의 매진 상태"라고 말했다.〈李宗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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