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간첩사건'은 제2의 戰爭

입력 1997-11-21 00:00:00

최초의 부부남파간첩검거, 고영복서울대명예교수와 서울지하철간부의 30여년간에 걸친 고정간첩활동등에서 드러난 일련의 실상은 충격의 도를 넘어 우리국민들 모두가 느닷없이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 든다. 아울러 우리사회의 안보불감증이 사회기강해이와 함께 자초한 총체적 안보위기상황으로 받아들여진다.

30여년간 한국사회학의 태두로서 3공화국부터 문민정부에 이르기까지 남북관계나 정치이념확립또는 국가정보업무등에 깊숙이 개입한 고영복교수가 고정간첩이었다는 사실은 우리들의 엘리트계층에 얼마나 많은 북의 동조자들이 넓고 깊숙이 박혀 지금 이 시간에도 간첩활동을 하고 있을지두렵고 국가 장래가 걱정되지 않을수 없다. 더욱이 고교수는 어용교수로 불릴만큼 철저한 우익보수로 위장했다는 사실에서 종래의 일반안보개념에 혼선을 주고 있다. 이는 북한은 이미 우리사회를 훤히 꿰뚫어 보면서 상황변화에따라 능동적인 변신으로 대남활동을 펴고 있으나 우리는 아직까지 '붉은색'위주로 안이하게 대처해 온데 대한 반성을 갖게한다. 남파부부간첩이 거제도해안을뚫고 국내에서 현지 적응훈련을 한달간이나 하며 활동한 것이나 그들이 재야인사와 접촉하면서노골적인 북한말씨로 북으로 함께 가자고 유인했다는 건 대담성이라기보다는 바로 우리의 안보불감증이란 허점을 알고 펴는 새로운 공작이라 하지않을수 없다.

더구나 강릉무장간첩사건이 바로 작년에 있었던걸 감안하면 이들의 해안침투는 우리의 경비허술을 비웃는것이나 다름없이 안방 드나들듯 하고 있음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할지 정말 딱하고 어처구니없다. 철통같은 경비가 헛구호임을 그들은 알고 있다는것과 다름없다. 6·25전쟁 이후 그들은한편으론 대화를 하는척하면서 다른 한쪽에선 은밀하게 전선없는 전쟁준비를 하고 '그 전쟁'을줄기차게 수행해 왔다는 사실을 이번사건에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소름끼치는 이중성에 심한 치욕과 분노를 감출수 없다. 귀순한 이한영씨를 감쪽같이 살해하고 북으로 무사히 돌아간 테러공작조가 영웅칭호를 받고 있을때 우리들은 굶주리는 북의 동포들을 동정하며 그들에게쌀과 옥수수, 라면등을 보냈다. 참 기막힌 현실이다. 말하자면 전쟁중에 적에게 군수품을 보내준격이 되고 말았다. 그들이 유사시에 무기고가 될 '드보크'를 파놓고 고교생들을 납치, 신세대 대남간첩훈련 교관으로 활용하고 있을때에도 우리는 곧 그들 체제가 붕괴될것으로 믿었고 그에 대비하고 있었으니 정말 그들을 우리는 너무 모르고 있었다. 철도나 지하철등 국가기간 산업의 마비나 폭파까지 노리고 그 안에 간첩을 침투시켰다니 정말 경악을 금하지 못할 노릇이다. 우선 침투해있는 간첩은 당국은 어떤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색출해야겠다.

그다음 군이나 보안당국의 뼈를 깎는 각성과 보안체제의 정비강화를 통해 국민들의 안보 불감증의 불식을 이번사건의 교훈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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