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국무위원 간담회 발언록

입력 1997-11-21 00:00:00

"경제난국-흥청망청해서는 가망없다"

임창렬(林昌烈)경제부총리 등 새 경제팀과의 상견례를 겸해 20일 열린 임시 국무위원 간담회에서는 금융위기 등 경제난에 대한 자성과 함께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들이 심도있게 논의됐다.

국무위원들은 금융위기 타개방안, 무역외 수지개선, 불안심리 해소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홍보등갖가지 처방을 나름대로 제시하며 경제난국 타개를 위해 기탄없는 의견을 교환했다.

▲고건(高建)총리=우리 경제가 어려운 국면에 처한 것은 우리 경제의 허약체질도 큰 원인이나 정부 대응책이 안이한 점도 있었다. 뼈를 깍는 각오로 헤쳐나가야 한다.

▲임창렬부총리=한국경제의 기반은 작년과 금년에 큰 변동없이 튼튼하다. 고용불안도 없고, 물가도 작년에 5.1%%에서 금년에는 4.1%%로 안정세를 이루고 있다.

한국의 해외 신인도에 있어 가장 큰 요인은 국제수지인데 금년의 경우 작년보다 53억달러 정도(적자폭이)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관광 유학등 무역외 수지가 늘어 연말까지 무역외수지 적자가약 80억달러 가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 신뢰도 회복이 가장 시급하다. 국제적 수준의 구조조정을 해나가려 한다. 국제적 신인도회복이 필요한 은행이나 종금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할 것이다.

자율화를 감독기능 완화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을 철저히 할 계획이다.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우리 감독은 대단히 느슨한 상태다.

▲조해녕(曺海寧)내무장관=부실채권들에 대한 가격재평가를 해서 이를 정산하는데 정부가 왜 보조하는가. 외환보유고를 공개해도 되는가.

▲임부총리=현재는 부실채권이지만 나중에는 건실해질 것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 외환보유고를 의심하고 있어 3백5억달러라고 밝혔다. 작년말 3백32억달라였다. 작년보다 줄어든 것은 외환을 팔았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금융시스템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단기자금을 회전시키지 않고 회수를 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강봉균(康奉均)정보통신부장관=외환보유고가 3백5억달러지만 외채가 4백억달러여서 회전이 안될 경우 다시 외화를 공급해야할 파이프 라인을 확보해야한다. 정부나 한국은행의 직접 차입도가능하다. 그러나 국채발행의 경우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국회를 열 수 있겠는가. 국회를열어 금융개혁법을 통과시키도록 해야한다.

▲임부총리=현재 우리 경제의 어려움에 대한 정확한 요인분석이 중요하다. 어제 발표한 내용중포함되지 않은 것은 우리 기업의 행태문제다. 우리 대기업이 많은돈을 빌려 이것저것 일을 벌리면 성공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제 잘못이다. 정부와기업 모두 시급히 구조조정을 해야한다. 가장중요한 것은 무역외 수지가 문제다.남의 나라에서 돈을 빌려와 흥청망청 써서는 전혀 가망없다.국민과 기업 근로자 모두 경제회복에 나서야 한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조내무장관=지금 경제구조도 문제지만 해외여행을 지나치게 다니고 소비재수입도 늘고 있는게문제다. 국민의 협조를 어떻게 유도해 나가느냐가 과제다.

지금 사치와 낭비가 만연된 상태에서 의식개혁을 해야 한다. 국민의식개혁단체와 공무원들이 앞장서야 한다. 승용차 홀짝제를 실시하고, 쓰고남은 외화는 저축토록 하고, 송년모임과 자녀 유학을 자제토록 하는 운동을 벌이는 것이 어떠냐. 경제팀은 국민들에 대한 자신감을 갖도록 하고 국민의 협력을 얻어내야한다.

▲이기주(李祺周)외무부차관=영국 더 타임스 논설주간과 식사를 했는데 한국전체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에 있는 한국상사들은 대단히 어렵게 됐다. 홍콩 진출이래 처음이다. 정부가 빨리 나서 대응해줘야 한다.

▲이효계(李孝桂)농림부장관=경제난국과 관련해 정부가 타이밍을 놓치고 안이하게 대응한 점 등은 결국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문제를 제기하게 됐다. 어제 발표는 만시지탄이지만 좋은 시작이라는 평이다. 문제는 발표내용을 어떻게 실천하느냐이다.

▲정통산부장관=기아사태 해결과정에서 처럼 우리 경제주체들의 문제해결 능력부족을 반성해야한다. 근본적 문제는 구조개혁을 안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환문제는 경제의 표피적 문제다. 우리의 의식과 관행을 고쳐야 한다. 단기대응으로 끝날것이 아니다.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과감한 구조개혁을 통해 이번 어려움을 위기극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명현(李明賢)교육부장관=우리는 완전히 거품으로 살아왔다. 현내각이 거품을 없애는 종합적대책을 하기 위해 총리가 주관해 어떤 조직을 갖출 필요는 없는가. 3개월밖에 안남았지만 실기하면 안될 것이다.

▲고총리=그런 대책 기구가 필요하다고 대통령과도 얘기를 나눴다. 청와대에 비상대책기구가 생겼지만 우리는 우리 차원에서 구체적 대책을 세워야한다. 총리실에도 24시간 상황반을 비상가동하겠다.

해외 언론동향에 대해 공보처나 외무부가 기민한 대응을 해야한다. 보도가 잘못됐으면 바로 잡아줘야 한다. 이런 것이 경제팀을 도와주는 것이다.

▲심우영(沈宇永)총무처장관=문민정부가 많은 일도 했는데 최근 경제상황때문에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다. 시책을 많이 발표하는데 발표한 것은 반드시 실행해야 신뢰도 제고가 가능하다.

▲임부총리=우선 금융기관이 변화해야 한다. 우리 금융산업이 변화되지 않으면 안된다. 대책의 실행이 중요한만큼 무엇보다 금융개혁법안의 국회 통과가 중요하다. 국회에 대해 금융개혁입법을꼭 통과시켜주도록 촉구해야 할 것이다.

▲최광(崔洸)복지부장관=정부대응이 안이하고 실기했다고 말하는데 남의 얘기처럼 하면 안된다.어느 부분이 어느 조직체계에서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정확히 규명해 책임을 묻고 필요시 인사도 해야한다.

▲강덕기(姜德基)서울시장직무대행=경제난국에 대한 국민 이해와 협조를 구하기 위해 설명하려해도 자료가 없다. 예컨대 1백만원 월급자 생활모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고총리=국민운동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먼저 솔선수범해야한다. 외채 4백억달러 상황에서 해외여행에 80억달러를 쓰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장관 해외출장시 어떤 항공기 좌석을 이용하는지 그것부터 낮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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