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소설'쓰기 독자들에 인기

입력 1997-11-18 14:56:00

"폭넓은 지식·정보로 색다른 재미" 전문가들이 그들의 지식과 정보를 소설적인 재미로 전하는 '전문가소설'쓰기가 부쩍 늘면서 독자들의 인기를 끌고있다.

소설가들이 들려주는 내면이야기외에도 시대의 변화에 따른 독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지면서 생명공학같은 과학이론에서부터 미술사 군사학 바둑 컴퓨터 등의 영역에서 참신한 소재로 색다른 소설의 재미를 주고 있다.

한국이동에너지연구소 이종호 소장이 낸 '아누비스'(명진출판)는 고대 이집트의 사후세계를 관장했던 신 아비누스를 내세워 고대이집트인들의 꿈이었던 불멸의 삶과 이를 실현할 생명복제과학을절묘하게 조합했는데 저자는 프랑스 페르비낭대학에서 카오스 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과학자다.

'아누비스'는 인간복제에 성공한 과학자와 그를 추적하는 파리경시청의 한국인 형사 이관형간의추격전을 뼈대로 생명공학 전문지식과 이집트문화에 대한 이해가 녹아있다.

UFO 신드롬, 인간복제와 함께 금세기 마지막 개기월식, 혜성의 방문으로 우주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이를 소재로 한 소설도 많이 나오고 있다.

천문학자 박재석씨(천문대 천문정보연구실장)가 쓴 '가리봉의 비밀'(예음)은 이같은 흐름에 부응하는 우주소설. 설악산에서 발생한 정체불명의 괴질을 추적하던 중 외계인의 존재와 맞닥뜨려 결투를 벌인다는 내용의 이 소설은 저자의 천문학과 외계인에 대한 지식이 토대가 됐다.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한 김도현씨는 인공위성을 제작하는 실험실의 젊은 과학자들을 소재로 '로그인'(창작과 비평사)를 냈다. 급속하게 이루어지는 과학의 발달속에서 인간의 위치는 어디인가 같은 철학적 화두를 전문지식과 함께 잘 풀어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다녔던 김온영씨가 KAIST와 포항공대생의 해커전쟁을 실감나게 그린'사과전쟁'(세명문화사)은 인터넷을 무대로 치열한 첨단두뇌전쟁을 벌인다는 내용.'인과율'(무당)을 펴낸 송은영씨는 전공인 원자핵물리학의 주요 개념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과학계의 이슈가 되고 있는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철학적으로 잘 다뤘다.개인적인 특수체험이 글감이 된 경우는 조세래씨의 '역수'(솔마루)와 노동자 이재관씨의 '왈왈이들의 합창'(보리)이다. 전태일문학상 글쓰기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왈왈이들의 합창'은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원으로 골리앗파업때 경험했던 감옥살이를 그대로 묘사했다. 실존했던 바둑 기인추동삼의 삶과 기행을 그린 '역수'는 밋밋해지기 쉬운 대국장면을 묘사하는데 전문가적인 지식이잘 드러나 있다.

장르해체의 시대에 통속소설과 본격소설이라는 이분법은 무의하며 전문가소설이 독자들에게 다양한 정보와 색다른 재미를, 문학계에는 참신한 소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된다는 점에서 긍정적반응이 적지않다.

〈李春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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