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누가 당선돼도 무관

입력 1997-11-18 00:00:00

최근 언론사들의 여론조사에서 급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후보의 지지율 등 대선판도 변화를 보는 청와대의 반응은 일단 덤덤하다.

김용태(金瑢泰)비서실장을 비롯한 핵심참모들은 17일 미리 약속이라도 한듯 한결같이 언급을 피한채 누가 지지율에서 2위가 되든 관심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 8일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이미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관계없다'며 엄정중립을 천명한 만큼 더 이상 청와대가 정치문제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대통령도 이날 아침 김인호(金仁浩)경제수석을 본관집무실로 불러 금융개혁법안의 처리상황과금융시장 안정대책 등 경제현안을 챙기는데만 전념했다는 게 청와대측의 전언이다. 김실장은 "요즈음 김대통령의 생각은 온통 경제문제뿐"이라면서"최근 김대통령이 비공식 채널을 통해 각계인사들을 만나 경제회생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지만 정치인을 만나거나 전화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이처럼 겉으로 내색은 않더라도 대선정국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은불보듯 뻔하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현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국민신당 이인제(李仁濟)후보의 지지율은 멈칫거리면서 이회창후보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이회창-조순 연대의 시너지효과가 크게 작용하고 있고 이인제후보의 경우 명분없는 경선 불복에 덜미를 잡힌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아직은 지지율 2위를 싸고 두 이(李)후보가 혼전을 보이고 있지만 갈수록 격차가 크게 벌어질가능성이 많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그렇지만 막판까지 두 이후보가 물러서지 않고 치열한 각축을 벌일 경우 각각 25%%대의 지지율을 차지하는데 그치게 되면 결과적으로 국민회의 김대중후보가 당선된다는 계산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두 이후보의 후보단일화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청와대측이 관심을 보이거나 내놓고 거론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범여권에서의 주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얘기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김대통령이 특정세력을 지원하는 인위적인 정권 재창출을 꾀하지는 않는다고해도 결국 사태추이에 따라 후보단일화를 위해 모종의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설득력을더해가고 있다. 청와대가 이회창후보측이 김대통령과의 관계개선을 시도한다면 수용하겠다는 메시지를 자꾸 내 보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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