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그리고 92년.
15일오후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국민회의 필승전진대회를 지켜보면서 지역주의 정서가 팽배했던 92년 대선을 떠올렸다. 동서화합을 이뤄 내겠다는 정당의 필승대회가 아이러니컬하게도 이같은 정서를 고착화시키는 쪽으로 몰아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김대중(金大中)총재를비롯, 연사들은'호남당', '부산정권', 'TK정권', '경상도 정권'이란 용어를 동원하더니 급기야 '영,호남과 충청도가 뭉치자'고까지 했다.
이같은 어색함때문인듯 행사장은 다소 맥빠진 모습이었다. 이날 행사의 주연격인 김총재가 연설하고 있는 동안에도 이에 아랑곳 없다는 듯 객석에선 한, 두사람씩 자리를 뜨고 있었다. 행사장에온 시민들과 당직자들간의 체감 열기는 분명 달랐던 것이다. 1만명도 채 안돼 보이는 청중들을놓고 사회자인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2만여명, 김총재는 3만여명이라고 부풀린데서 엿볼 수 있다.
이곳출신으로 최근 입당한 노무현(盧武鉉)부총재는 첫 연사로 나와"정권교체를 위해 부산의 자존심을 버리고 소위 호남당에 들어간다"며"집권할 경우 호남당의 당권에 도전, 다시 한번 부산정권을 세워보겠다"고 호언했다. 국민회의 집권은 결국 호남정권이란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있다.자민련을 대표해 연설한 부산시지부장 정상천(鄭相千)부총재도 정권교체를 역설하고"부산에는 50만 호남인과 60만 충청인이 있다"고 상기시켰다. 지역주의적인 발상을 드러낸 셈이다.마지막으로 등단한 김총재는"경상도 정권이 30~40년 계속됐지만 이곳 경제는 전국에서 가장 나쁜상황"이라며"저에게 맡겨주면 동서화합은 물론 부산을 아시아의 경제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영, 호남과 충청도가 뭉치면 연말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김총재를 바라보면서 92년 대선후보였던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을 문득 떠올렸다. 호랑이굴에들어가는 심정으로 3당을 합당했다던 YS가 개혁을 외치며 집권한지 5년후, 지역주의 정서를 깔고 있는 DJT연합을 성사시킨 DJ는 동서화합을 약속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유권자들의 고민은 날로 깊어만 간다.
〈徐奉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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