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가장 애지양 본사에 편지

입력 1997-11-15 00:00:00

"천사아저씨 찾아주세요"

'얼굴은 알수 없지만 마음이 따뜻한 아저씨께. 매달 보내주시는 사랑이 우리 가족에게는 너무나도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숨이 차서 밤새 앉아계시는 아버지를 보면 눈물이 자꾸 나지만 아저씨를 생각하면 마음이 새로워집니다…'

대구 인지초등학교 5학년인 애지양(12)의 편지는 이렇게 시작됐다. 3년째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있는 아버지와 동생 종강군(10)이 식구의 전부인 애지가 1년전부터 매월 5만원씩을 꼬박꼬박 부쳐오는 낯선 아저씨를 찾아나선 것은 지난달 초.

'며칠전 교감 선생님을 졸라 겨우 아저씨의 주소를 알아냈습니다. 또 아저씨가 다른반 친구 한나도 도와주고 있다는 것도요. 아저씨를 꼭 만나 어떤 분인지도 알고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애지는 몇번을 고쳐가며 밤새 쓴 편지를 아저씨에게 보냈고 며칠후 '지금 애지가 겪는 어려움은훌륭한 어른이 되기 위해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며 지금처럼 밝게 살기를 바란다'는 아저씨의 답장을 받았다. 하지만 만나고 싶다는 애지의 호소에 대해 아저씨의 편지는 이렇게 끝을 맺고 있었다. '아저씨는 뒤에서 애지가 올바르게 자라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한단다. 애지도 커서 남을도우면 되지 않니…'

종강이가 먹고 싶은 것을 사주지 못할때는 조금 속상하지만 아빠가 힘들게 숨을 내쉬며 아파할때를 빼고는 행복하다는 애지는 두가지 소원이 있다. 하나는 공무원이라는 것 밖에 알지 못하는착한 아저씨를 세상에 알리는 것과 빨리 어른이 돼 자신의 신장을 이식할수 있을때까지 아빠가살아있는 것. 애지는 첫번째 꿈을 찾아 나섰다. 매일신문사에 편지를 띄운 것.'매일신문 아저씨들께…아버지께서 병이 드신후 직장에 나가지 못해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데정말 고마운 아저씨 덕에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숨어서 저희들을 보살펴주시는 천사 아저씨를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편지를 적었습니다. 나중에 의사가 될 수 있다면 아저씨처럼 돈이 없어 치료를 못받는 사람을 돕고 살겠습니다…이애지 올림'

두장 남짓한 글이지만 한 소녀 가장의 꿈과 사랑이 담긴 편지였다.

〈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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