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비주류 반발기세

입력 1997-11-14 00:00:00

"'찻잔속 태풍'으로 끝나"

신한국당의 내분이 거의 정리단계에 접어 들었다. 최악의 경우 당이 둘로 갈라지거나 당의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갈 것 같던 예상과 달리 피해폭을 최소화하는 수준으로 마무리 될 전망이다. 현재 신한국당을 떠난 현역의원은 7명이고 앞으로 떠날 것으로 보이는 숫자도 5명 안팎이 될 전망이다. 당초 30~50명 선으로 점쳐지던 것에 비하면 미미한 정도다.

이들의 동요가 결국'찻잔 속의 태풍'으로 마무리 된데는 이회창총재의 지지율 상승이 이들을 주저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이다. 여기에 이인제후보에 대한 김영삼대통령 지원설로 빚어진 곱지 않은 시선도 이들의 발목을 잡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들은 신한국당 이탈의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주저하다 실기(失機)했다. 또 내부적인 의견 불일치도 이들의 집단행동을 가로막은 요인 중의 하나였다.

김영삼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와 김대통령 마스코트 훼손사건 등 적절한 기회를 노려보기도 했으나 그 때마다 의견이 엇갈려 결국 개별행동에 맡기기로 하는 등 경선당시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의 재판이 되고 말았다.

결정적으로 이들을 주저앉게 한 것은 민주계의 본산인 부산출신 의원들의 동향이었다. 민주계 중진이 다수 포진한 이 지역에서 박관용(朴寬用), 김정수(金正秀)의원 등 민주계의 고참 인사들이이총재 등 주류측의 집중적인 설득을 받아 잔류 쪽으로 마음을 굳힘에 따라 다수 초.재선의 행동을 가로막는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잔류로 방침을 정했다고는 하나 신한국당이 내분을 종식시키고 완전한 선거체제로전환했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이들은 잔류한다지만 여전히 이총재와 주류측 인사들의 행보를눈여겨 보고 있다. 자신들의 활동 영역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다. 민주계와 개혁성향의 인사들의입지를 살려 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지금처럼 5~6공 회귀 움직임 같은 현상이 지속될 때는 다시 생각할 수도 있다는 여지는 남겨 놓고 있다. 서석재(徐錫宰)의원의 탈당 이후 민주계의 좌장역을 맡고 있는 신상우(辛相佑)의원같은 이도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신의원은 12일 밤 이총재를 만나서도, 13일 밤 박찬종(朴燦鍾)고문의 주선으로 김윤환(金潤煥)고문을 만나서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신의원은 이총재와 김대통령의'화해'도 주장했다.

따라서 현재 신한국당 이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인사는 서울의 서청원(徐淸源), 이재오(李在五), 유용태(劉容泰)의원과 수도권의 이원복(李源馥), 김길환(金佶煥)의원 정도다. 이들도 고심중에있어 꼭히 나간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이총재 주변의 전망이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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