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백의 종군"

입력 1997-11-13 15:33:00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민주당 조순(趙淳)총재가 합당을 결행했다. 양측 당직을 7대 3으로 배분키로 합의했으나 양당의 지역 사무처요원들은 벌써부터 술렁거린다. "내 자리는 어떻게될까"하고 이리저리 자'尺'를 겨눠보고 무게를 달아본다. 미리 내 위치를 상승시켜놓아야 합당이후 유리한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신한국당은 계속되는 외부인사영입및 민주당과의양당합당 전당대회가 내주말쯤 열릴 예정이어서 이번주중 열기로했던 신한국당 대구시·경북도지부 선거대책본부 발대식도 연기했다.

DJP후보단일화를 성사시킨 국민회의와 자민련도 12일 대규모 공동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했으나시·도지부와 일선지구당을 제외한 상층부만 운영키로해 자리배분문제가 걸림돌임을 노정시켰다.또 최근 창당한 국민신당은 경북지역의 실무책임자 인선을 둘러싸고 내부적으로 조직원들간에 갈등을 보이고있다.

12일 신한국당으로 배를 옮겨탄 이의익(李義翊)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백의종군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말을 믿는 사람은 별로없다. '백의종군하겠다'고 공언한 많은 정치인들이 실제 자신의 자리를 보장해주지 않자 외유를 떠나는등 반발을 표시했던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이의원은 입당도 하기전에 이미 신한국당공천으로 내년 대구시장선거에 출마하기로 했다거나 대구시지부장을 맡게됐다는등 소문이 무성하다. 이에대해 신한국당에서는 '자가발전(自家發電)일것'이라 일축한다. "초선의원이 어떻게 시지부장을 맡을 것이며 지금같은 혼돈의 역학구도에서 누가대구시장공천을 보장해준다는 말인가"하고 무게를 싣지않는다.

어쨌든 이의원의 신한국당 입당을 바라보는 신한국당측의 시각이 편치만은 않다. 대구 수성구를기반으로 하는 이치호(李致浩)전의원의 입당도 당내에서는 적지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한국당과 민주당의 합당으로 민주당소속 박기환(朴基煥)포항시장의 거취가 이지역정치권에 또다른 난기류를 형성하고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은 계속될 것으로보인다. 이와함께 다른정파에서의 합류를 통한 세불리기는 조직내에서의 새로운 이탈자를 만들어낼것이다.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이 자신의 자리때문이 아니라 신념때문이라는 정치인들의 주장을믿게만드는것은 정치인의 몫이다. 백의종군을 지켜본다.

〈李敬雨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