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경험MC 보는 사람도 부담"

입력 1997-11-12 14:30:00

"생방송이지만 한 5분 일찍 끝내는 건 상관없겠죠?"

신설 프로그램의 첫방송을 하루 앞두고 가진 리허설 때, 진행자가 느닷없이 던진 한 마디가 KBS대구총국 제작진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아무리 방송경험이 없다지만 시간이 생명이라는 상식조차 없는 사람이 생방송을 맡다니….

KBS대구총국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지역의 이번 가을개편에서 유독 KBS만이 3명의 외부MC를기용했다. '이야기가 있는 금요아침마당'에서는 지역의 연극인이, '토요아침마당'에서는 성형외과전문의가, '대경 패트롤'에서는 변호사가 단독으로 또는 공동진행자로 나섰다. 그러나 진행자로선정된 방송 초심자들이 특별한 훈련기간도 거치지 않고 바로 투입되는 바람에 시청자들만 매끄럽지 못한 방송을 봐야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방송국 관계자들은 방송이 나간 후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항의전화가 걸려온 것은 물론 일부 프로그램에서는 진행자끼리의 호흡도 맞지 않음을 솔직히 시인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미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변호사가 있을 정도로 전문직 종사자들의 방송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역의 다른 방송국 관계자들도 "적합한 인물만 있다면 적극적으로 기용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이번 KBS대구총국의 경우는 프로그램의 성격과 관계없는 분야의 전문인을 선택한 데다 진행능력마저 떨어져 '시청자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KBS대구총국의 한 PD는 "전문진행자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의 제작여건상 어쩔 수 없이 외부MC를 많이 발굴해야한다"고 토로했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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