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기탁금 폐지등 쪼들리는 여의도

입력 1997-11-12 00:00:00

대통령선거를 한달여 앞둔 여의도가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돈 안드는 선거 분위기의 확산과경제난, 그리고 대선구도의 혼미함이 한데 어울려 이같은 현상을 빚고 있다. 김영삼(金泳三)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 돈풍년이 들었던 민자당과 정주영(鄭周永)현대그룹회장의 출마로 자금사정이 좋았던 국민당이 선거에 참여했던 92년 14대 대선과 비교할 때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당시 선거에 참여했던 여권 인사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그 때는 돈을 주체할 수 없었다"며"주머니곳곳에 돈이 들어 있었고 선거운동을 하는데도 워낙 사람들이 제발로 몰려들어 돈이 별로 들지도않았다"고 달라진 선거 여건을 하소연(?)했다.

신한국당은 사실상 비공개 자금이나 다름없었던 지정기탁금의 폐지가 가장 큰 타격요인이다. 이회창(李會昌)총재의 고비용 정치구조 배격 주장으로 돈줄이 국고보조금과 당 후원금 그리고 당비로 줄어들었다. 때문에 대대적인 당비 모금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사무처직원들에게는 일정액을할당,징수하기도 했다. 고위당직자들에게는 1백만원 이상씩을 거둬들였다. 현재까지 거둔 당비모금액은 7억원대를 넘어섰다고 한다.

이총재는 현재 살고 있는 구기동 집도 당비로 내겠다고 선언했다. 공시가 5억원대로 시가는 10억원대다. 대출을 받아서라도 당비를 낼 방침이고 충남과 경기지역의 부동산 2~3억원대도 내놓는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총재의 측근들도 팔을 걷고 나섰다.

백남치(白南治)조직본부장과 하순봉(河舜鳳)운영특보도 집을 내놓겠다고 나섰다.의원들은 한 두 달치 세비를 내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이총재와 등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던 강삼재(姜三載)전사무총장은 뜻밖에 1천만원을 당비로 내 당내 화제를 모은데 이어"서부경남의 선거운동을 책임지겠다"고 나서 이총재측 핵심관계자들을 의아하게 했다.

돈사정에 관한 한 제일 넉넉한 곳이 국민회의다. 가장 당선권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그 이유다. 여의도 정가에서도 "국민회의 형편이 오히려 신한국당보다 좋은 것 같다"며 "돈사정에서는 수권정당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도 회자될 정도다.

국민회의는 12일 잠실 올림픽펜싱경기장에서 대규모의 후원회 행사를 가졌다.

목표 금액은 1백억원이다. 그러나 행사도 하기 전에 벌써 50억원 이상이 모였다. 김대중(金大中)총재는 5억원을 냈고 다른 당직자,국회의원도 5천만원, 8천만원, 1억원, 2억원 씩 차등을 두고 납부하고 있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여기에 국고지원금도 1백억원대를 수령하면 개미군단의 당비까지 합할 경우 무난히 선거를 치를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또 ARS(자동응답전화)모금과 국민성금운동도 전개,상대적으로 가장 풍족한 선거를 기대하고 있다.

국민신당의 자금줄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김대통령 부자의 비자금 지원설이 제기되기도했으나 사실여부는 판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만섭(李萬燮)총재는"당총재실도 없어 손님을 다방에서 만나고 있는데 우리더러 수백억원대의 비자금이 지원됐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변하고 있다.

국민신당은 공식적으로는 우선 우편당비 모금제도를 실시할 예정이다. 다음주 초 1백만 당원과국민의 온정(?)의 손길을 기대하며 계좌번호와 호소문이 함께 든 편지를 발송하게 된다. 그러나국민신당이 기대하는 것은 재력가들의 협조다. 이들이 당원일 경우 제한액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업들의 찬조도 기대하고 있다.

국민신당은 오는 20일을 전후해 당 공식후원회도 열 예정이다. 또 신문광고를 통한 후원금모금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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