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 메이커·G.I.제인·에어 포스 원

입력 1997-11-08 14:06:00

"눈길 사로잡는 악역들의 활약" 액션영화의 맛은 통쾌한 결말이다.

잔혹하고 광포한 악한들을 때려 잡는 카타르시스. 그 맛은 오랫동안 변함없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척 노리스, 스티븐 시갈…. 액션스타의 탄생은 바로 이들 악역들의 희생 아래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액션영화의 악역들이 매력을 더해간다.

드림웍스 창립작품 피스 메이커 . 잃어버린 핵무기를 찾아 나선 핵물리학자(니콜 키드먼)와 특수정보국 대령(조지 클루니)의 활약이 쏠쏠한 재미를 주는 액션영화다.

수류탄 하나만 공항검색대를 통과해도 떠들썩한데 이 영화에선 러시아의 핵무기가 뉴욕중심가를질주한다. 감정에 충실한 의리파 클루니와 지적이고 유능한 키드먼의 활약으로 뉴욕시가 핵의 위협에서 벗어나 평화를 찾는다.

이 영화의 악인 듀산(마르셀 루어즈)은 대단한 로맨티스트다. 불타는 보스니아의 전장속에서 유유히 피아노를 치며 죽은 아내와 딸을 그리워한다.

그의 소망은 단 하나, 내 조국이 옛날과 똑같이 되길 원한다 는 것. 마침내 핵무기를 입수해 가족을 앗아간, 옛유고를 유린한 평화유지군의 심장부 미국을 휩쓸어 버리려고 한다. 그러나 그는뛰어난 역사인식과 철학보다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앞선다. 사라예보에서 저격병에게 죽은 아내와 딸을 안고 절규하는 그의 모습은 애처로운 동정심마저 불러일으킨다.

감독 미미 레더는 영원한 악인은 없다. 오히려 한 남자의 비극을 부각시켜 휴먼 액션물로 몰고갔다 고 했다. 여류감독의 섬세한 시각이 돋보인다.

듀산역의 마르셀 루어즈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미션 임파서블 등에도 출연한 루마니아출신. G.I.제인 의 악역인 교관 어게일(비고 몬텐슨)도 난폭함 이면에 부하를 강인하게 키우려는 책임감이 투철한 인물로 그려진다.

에어 포스 원 의 테러리스트 이반 코슈노프(게리 올드먼)의 투철한 반미의식과 조국을 향한 일념도 관객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다. 석유값 50센트를 위해 미국이 10만명의 아랍인들을 죽였다 며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 대통령과 벌이던 불꽃 튀는 대결에서 돋보이는 것은 람보 대통령이 아니라 그였다. 러시아민족주의자 라덱장군이 풀려나는 장면에서 감동의 눈물까지 글썽인다(이 장면은 엉터리다. 카자흐스탄출신인 그는 구소련 체제를 증오해야 한다).

좌충우돌하는 주인공, 더욱 잔혹스러워지는 주인공들의 액션강도, 그래서 악으로만 일로매진하는악한들에게 묘한 믿음이 간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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