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 선언 뒷얘기

입력 1997-11-08 14:31:00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민주당 조순(趙淳)총재가 7일 저녁 전격적으로 만나 합당에 합의한 과정은 철저한 보안속에서 이뤄졌다. 신한국당과 민주당의 합당이 가시화되자 양당의 내부 반발 뿐만 아니라 청와대와 민주계인사까지 방해작업에 나서 서두르지 않으면 안될 상황으로 내몰렸다는 것이다.

○…두 총재는 이날 저녁 63빌딩에서 1시간동안 만찬을 겸한 단독회동을 가진뒤 신한국당 신경식(辛卿植)총재비서실장과 민주당 권오을(權五乙)대변인을 불러 합의문을 발표토록 했다.합의문 발표는 두사람이 번갈아 가면서 낭독했고 신한국당 윤원중(尹源重)총재비서실부실장과 민주당 장경우(張慶宇)부총재, 이규정(李圭正)사무총장 등이 배석했다.

두 총재는 이어 소감을 밝히라고 하자 서로 먼저하라고 양보하면서"구국적 차원에서 조총재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이총재),"우리나라 정치사의 새로운 장을 장식했다"(조총재)고 추켜세우는 모습도 연출했다.

그러나 당 대 당 통합과 이회창후보-조순총재라는 대원칙에 합의를 했으면서도 합의문 작성과정에서는 문제가 발생했다. 후보-총재분리를 명시한 것에 대해 민주당측이 불쾌해하면서 합의자체가 무산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결국 후보-총재분리부분은 '우리는 자신을 비우는 상호 양보의 원칙위에서 대선에 임한다'는 표현으로 대체됐다. 이어 조총재는 7일 오전 민주당의최대 주주격인 이기택(李基澤)전총재를 만나 대체적인 합의내용을 설명한 뒤 양해를 구하는 등당내 정지작업에 나섰다.

합의문은 8일 오후 이총재가 전화를 통해 조총재에게 당 대 당 통합과 당명 및 당헌.당규개정을수용하겠다는 뜻을 최종적으로 전한 뒤 윤원중(尹源重)총재비서실부실장과 권오을대변인이 만나초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이총재는 오후 5시40분쯤 이한동(李漢東)대표와 김윤환(金潤煥), 김덕룡(金德龍)선대위원장 등이 참석한 긴급 고위대책회의를 소집, 조총재와의 합의사항에대한 양해를 구했다. 김윤환선대위원장은 "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좋다"고 했으나 이대표는 "이제 산신령도 모셔야 되겠군…"이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당내 정지작업을 마친 이총재는 곧바로 조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회동약속을 했고 봉천동자택에서기다리던 조총재는 환한 표정으로 여의도 63빌딩으로 향했다.

○…양당의 합당교섭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 달 20일부터였으나 막후협상에 나선 강재섭(姜在涉)의원과 조총재의 장남 기송(淇松)씨의 31일 회동에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두사람은 후보문제와 당대 당 통합 및 당명 개정문제까지 대체적인 합의를 봤으나 기송씨가 당을 추스릴 시간을 달라고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뒤 김태호-이규정총장간의'울산라인'으로 공식창구가 개설됐고 이총재의 동생인 회성(會晟)씨와하순봉(河舜鳳)특보, 서상목(徐相穆)기획본부장과 민주당 강창성(姜昌成)총재권한대행 장경우부총재 등도 막후창구로 가동됐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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