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군기지 어떻게 되나(4)

입력 1997-11-08 14:47:00

도심 주둔 미군기지에 대한 이전 또는 축소 요구가 거세지고 있으나 요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법적 한계가 있다. 지난 67년 한미양국이 맺은 한미주둔군 지위협정은 한국 주둔 미군에 대한 우월권을 인정한 불평등협정으로 비판받고 있다.

이 협정은 한국전쟁 당시 전쟁 부담을 안고 있던 우리정부가 미군 요구를 전면 수용했던 '대전협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 기지나 시설에 대한 영구-무상 사용권을 인정하고 형사관할권을 줌으로써 전쟁 이후까지 시비가 이어졌다.

각종 미군범죄로 개정 목소리가 높아지자 67년 한미주둔군지위협정을 만들었으나 이 역시 불평등조항을 포함했다는 분석이다. 미군시설 및 기지사용, 형사관할권 행사, 민사청구권 행사 등이 대표적 조항으로 꼽힌다.

미군은 1억7백만평의 기지 사용권을 갖고 기지 외 건물과 땅에 대한 무료사용권을 받았다. 대신우리정부는 방위비 명목의 주둔비용을 지원하고 미군 시설의 한국인 고용에 대한 비용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 기지 내 사유지에 대한 보상 의무도 떠안았다. 현재 미군 시설물에 임차료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연간 24억달러(약 2조1천6백억원)에 이른다고 국방부가 발표하기도 했다. 외국 주둔미군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처럼 주둔군의 우월성이 인정되는 경우는 없다. 일본, 필리핀, 호주 등은 임대기간 명시뿐 아니라 임대료까지 받고 있다.

형사관할권 행사에 관한 사안도 마찬가지다. 미군은 군인 범죄 뿐만 아니라 군인 가족 및 친척까지 형사관할권을 갖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부인과 부양자녀로 제한하고 일본은 친적을 관할권에서 제외했다. 특히 친척 부분은 명백한 규정이 없어 자의적 해석이 가능, 남용될 가능성이 높다. 미군은 또 범죄를 저지런 미군에 대한 재판권을 1차적으로 가질 수 있고 미국이 재판을 요구할 경우 한국 법원은 재판권을 포기해야 한다. 단지 우리나라는 안전에 위협을 주는 살인, 강도, 강간 등에 대해 협의를 거친 뒤 재판권을 가질 수 있다. 흔히 일어나는 폭행, 교통사고 등에 대해서는 재판권 자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기지 주변 주민들에게 일어나는 각종 피해나 사고에 대한 보상이 복잡한 절차, 오랜 기간 때문에피해 배상 포기 사례도 있다. 배상도 균등부담의 원칙에 따라 한미양국이 공동 부담하는 경우가많고 전적으로 미군이 잘못한 때에도 우리정부가 25%%의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공무집행 중 미군이나 고용원이 손해를 가한 경우에는 우리정부가 전액 배상책임을 져 미군의 비상식적 행위를방조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밖에 노무자 처우, 통관·관세 및 조세 특혜, 협정 해석의 영어 우선 원칙 등이 불평등 조항으로 지적받고 있다.

미군관련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협정 개정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임대기한 및 임대료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현재의 한미관계가 과거 전쟁상태를 전제로 한 특수관계가 아니고 미국의 일방적 원조를 받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동반자적 관계의 협정 개정이필요하다는 여론이다.

개정방향은 국민 주권과 영토 주권 차원에서 NATO협정, 미일협정 등을 참고해 국제 관례에 준하는 협정이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도시발전, 이전논쟁, 이전비용, 각종 범죄 등 미군 현안의 밑바탕에는 한미주둔군 지위협정이라는 '괴물'이 자리잡고 있다.

미군기지 땅 되찾기 대구시민모임 배종진사무국장(31)은 "과거 정통성 없는 군사정부의 약점으로전례가 없는 불평등 협정이 수십년동안 기지문제를 묶어두고 있다"며 "올바른 한미관계 정립을위해서도 협정 개정은 불가피한 과제"라고 말했다.

〈全桂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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