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조선족

입력 1997-11-06 15:01:00

연변에 자매병원이 있어 1년에 한두번씩 상호교류를 하고 있다.

우리병원은 화룡시에 있는 홍십자중의원과 결연, 몇년동안 내시경, 초음파, 구급차 등을 기증하기도 했다. 화룡시는 25만정도의 인구에 조선족 인구가 과반수가 넘고 1백40㎞에 걸쳐 북한과 연해있는 국경도시로서 석탄과 임업이 시의 주수입원이 되고 있는 도시다.

과거엔 중국과 수교가 되지않아 연변동포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도 몰랐다. 수교후 몇 년이 흐른지금 연변동포들은 해외 어느 동포보다도 우리말 우리풍습을 지켜오고 우리와 똑같은 따뜻한 정을 간직하고 살아왔음을 알게되었다.

그들에게 한국은 모국이고 꿈의 나라다. 몇십배 높은 임금이나 문화생활들이 그들에게는 동경의대상이고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꿈의 나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나는 기회있을때마다 그들에게 비록 한국이 물질적 풍요는 누리고 있으나 아침부터 저녘까지 열심히 일해야 하며 항상 쫓기는 심정으로 피곤한 생활을 한다고 이곳 실정을 말해줬지만그 연변동포들 머리속에 깊이 새겨진 '코리안드림'은 좀처럼 변화시키기가 힘들었다. 지금도 자주병원으로 전화가 온다. "중국에서 나왔는데 좋은 방도를 마련해 줄수 없겠느냐"고.쓴웃음도 나오고 솔직히 귀찮기도하다. 하지만 재산을 전부 팔고 그들에게는 거액인 돈을 빌려실낱같은 희망으로 내게 도움을 청한 그들을 외면하기 힘들다.

중국 불법체류 교포들이 강제 송환된다든지 밀입국 하려다가 체포되어 강제추방되었다는 신문기사를 볼 때 마다 가슴이 아프다.

강제송환당한 동포들의 가정은 파탄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평생 한국을 원망하면서살아갈 것이다.

정부차원에서 동포들에게 충분한 홍보를 하여 밀입국을 막는 제도를 만들거나 합법적인 입국을더 많이 추진하여 그들이 모국으로서의 한국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하게 할 수는 없을까.우리도 연변동포의 선조들이 왜 1900년대초에 만주대륙에 이민을 가게 되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아야 한다. 정말 우리는 연변동포에게 진 빚이 없는 걸까.

〈박종옥-상주적십자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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