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5일 대구 파크호텔에서 만난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총재는 부드러운 풍모를 각인시키려는듯 자주 웃음을 띠었고 답변도중 간간히 농담까지 섞었다.
아들의 병역문제나 곤혹스런 질문을 받을때면 근심어린 표정을 짓기도 했고 3김씨얘기가 나올때면 결의에 찬 모습을 내비치기도 했다. 타후보에 비해 최선을 다해 본사 대선보도자문단과 대화를 하려는 자세였다.
우동기교수(영남대·사회공학)가 먼저 "초유의 경선을 통해 선출되었는데도 어려운 입지에 놓이게 된 것은 정치적 역량부족때문인가, 3김작태에 희생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총재는 "둘다 때문이다(웃음)"고 운을 뗀후 "종전 관행으로 볼때 매우 어슬프게 보이는 당총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끈끈한 패거리를 이끌고 힘있는 다수로 상대를 밀어붙이는 정치형태는 탈피해야 할때다. 한마디로 정치를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김선호교수(대구대·문헌정보학)가 "대통령후보를 떠나 법관신분으로 돌아가 판결을 해줬으면 좋겠다. 김대중씨는 상황에 따라 말을 이리저리 바꾸고, 이인제씨는 경선불복으로 민주주의원칙을어겼고, 이총재는 아들의 병역문제로 인해 치명적 약점을 갖고 있다. 어느 것이 제일 나쁘고 어느것이 제일 정직하다고 판결하겠는가"라고 재미있는 질문을 했다.
그는 "법관으로 되돌아갈수 없는데…"라는 농담을 던진뒤 "다른 것보다 저의 문제가 아킬레스건이 된 것은 불법이나 부정이 없었는데도 사정을 믿어주지 않는데 있다. 대법관의 특권을 이용했다는 생각이 깔려있는것 같다. 그부분만 이해해주면 아킬레스건이 아닐수도 있다"고 했다. 두아들의 병역문제에 대한 이총재의 해명은 길게 이어졌다. 이총재는 "집의 2남1녀가 다그렇다. 아이 둘을 낳은 딸애도 46kg밖에 안나간다. 두아들이 똑같이 면제된 것이 오히려 정상적이고 한아들만그렇다면 비정상일수 있다"면서 유전적 요인을 강조했다.
이정옥교수가 "이총재 두아들의 병역파문이후 군인수가 너무 많고 직업군인제로 전환해야 한다는얘기가 많다"고 묻자 이총재는 "국민개병제로 당분간 갈수밖에 없다. 직업군인제도 강화해야 하고특히 하사관등 허리를 강화하는등 군인의 자존심을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김선호교수는 "사회가 어수선하면 통치이념이 중요한데 옛날 개념으로 따지면 왕도정치를 추구할것인가, 아니면 패도정치를 추구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정확히 표현하자면 왕도정치를 추구할 것이다. 덕으로 다스려야 한다. 현대적으로는 민주주의의 가치로 바꿀수 있다. 다음 5년은민주주의 가치를 정착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3김청산이란 토속적인 말이 아니라 지역패권발상과1인보스의 전횡으로 요리하는 정치, 힘있는 사람이 뭉쳐 약자를 짓밟는 정치는 없어져야 된다"고말했다.
김승희변호사는 "법관생활을 오래 거치면서 굳어진 딱딱한 분위기나 좁은 사고폭을 지적하는 사람이 많은데…"라고 물었다. 그는 "그부분에서 힘들때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정치만 오래 해온 사람이 오히려 사고의 폭이 좁을 때가 있다. 법관은 대리경험을 폭넓게 한다. 사채업자에서부터 고급관료까지 각종 사건을 다루면서 다양한 경험을 한다"고 말했다.
우동기교수가 "융통성이나 판단의 폐쇄성에 대한 것은 어떤가"라고 묻자 이총재는 "그런 점이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은뒤 "클린턴이나 살리나스도 법관출신"이라고 했다.
최명주교수(계명대. 통상학부)는 "고학력일수록 실업률이 높은데도 교육투자를 늘린다는 것은 충돌되는 부분이 있다. 교육투자내용을 구체적으로 얘기해달라"고 물었다. 이총재는 "나하고는 조금다른 생각이다. 경제상황의 수요에 따라 교육투자를 늘리고 줄일수 없다. 경쟁력있는 교육인재를양성해야 국가경쟁력의 바탕이 된다. 구체적인 계획은 잘알수 없다"고 명쾌한 답변을 했다.김영삼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에 대해서는 "국민이 의혹을 품고 있다면,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자료가 있다면 처벌과는 관계없이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고 언급, 당선후 대선자금문제를 파헤칠의향이 있음을 밝혔다.
이정옥교수는 "부인 한인옥씨가 인기는 많지만 대중이 모인 자리에서 두 아들병역문제를 얘기할때면 간혹 눈물을 비치는데…"라고 묻자 그는 "어느 지역에서는 나는 올 필요없고 부인만 오라고한다. (눈물은) 예상치 않았는데 그렇게 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정리: 朴炳宣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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