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대선 자문단 대선후보 토론회(2)

입력 1997-11-05 14:48:00

"조순"

조순(趙淳)민주당총재는 4일 푸근한 웃음을 띤채 본사 대선보도자문단을 맞았다. 이날 오후 대구황금호텔에서 열린 대담에서 조총재는 비록 후보사퇴설이 나돌고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나름의논리와 소신으로 성의껏 답변을 했다.

이정옥교수(효가대·사회학)의 여성문제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됐다. 이교수는 "부인은 전통적이고한학만 공부한 여성으로 알고있는데 새로운 시대의 대통령부인상과의 차이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조총재는 "집사람이 별지식은 없지만 모든 사람을 잘 이해할수 있는 아량과 마음을 갖추고 있다"고 추켜세운후 "내가 교수, 부총리, 서울시장등 여러 공직을 거치는 동안 집사람 역할이 많았지만불편한게 없었다"고 답변했다.

이교수가 공무원의 여성할당제에 대한 견해를 묻자 조총재는 "공무원의 30%%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장관도 같은 비율로 여성에게 할당하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 자치단체에 국과장등 관리직에 여성이 많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다시 이교수가 "조총재는 유학자로 알려져 있는데 진보적 여성정책이 유림의 반대에 부딪쳐 영향을 받지 않겠는가"라고 확인하자 조총재는 "나는 고루한 유학자가 아니다. 여성정책에 대한 방향을 잘 알고 있고 서울시장시절 이미 15%%할당제를해본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우동기교수(영남대·사회공학)는 "정치프로가 되기 위해 정치에 입문한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을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정치 비(非)프로가 필요하고 구태에 젖어있는 정치 9단은 이제 물러가야한다. 저같은 아마추어가 건전정치세력을 모아야 우리나라를 발전궤도상에 올려놓을수 있다"면서 3김과의 차별성을 분명히 했다.

우교수가 "그렇다면 정치아마추어가 프로를 이길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라고 하자 "이길수 있다. 나는 부정부패하는 방법을 모른다. 정치단수가 곧 부정부패 정도이다"라는 소신을 피력했다.최명주교수(계명대·통상학부)가 "다른 후보들은 '준비된 대통령', '강력한 대통령'이라는 점을 내세우는데 조후보는 무엇을 내세울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믿을수 있는 대통령"이라는 한마디만했다.

그는 또 증시폭락, 환율상승등 경제위기에 대해서는 "현재 위기는 당장 닥쳐온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원인이 있다. 김영삼대통령 취임당시 대책을 강구했으면 가래로 막을수 있었는데 지금은불도저로 막기도 어렵다. 증권의 저변확대가 필요하고 환율은 잡으려고 애써는 것보다 환투기를막기위해 그대로 놓아두는게 좋다. 다만 재정금융에 대한 긴축정책을 병행해 물가를 잡아야 한다"며 대책을 장시간 늘어놓았다.

최교수가 또 "지역에 인재는 많지만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고 있는데…"라고 하자 조총재는 "우리는 까다롭고 마음이 통하지 않는 사회다. 웬만한 기업은 외국으로 나가고 외국기업은 안들어오고그래서 취직하기 어렵다···경북북부지역이 공동화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업을 할수 있도록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교수가 "대통령이 되면 어떤 형태의 개혁을 구체적으로 해 나갈 것인가"라고 물었다. 조총재는"한두개의 수단으로는 안된다. 내자신의 모든 것을 갖고 국민신임을 얻어야 한다. 청와대에 들어앉아 국정을 수행하는 스타일은 안된다. 대통령이 끊임없이 민간과 접촉해야 한다. 또 청와대비서관 숫자를 줄이고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집무실을 정부종합청사로 옮길 것이다"고 말했다.김승희변호사는 "선거법은 안 지켜지는 것이 많고 대선때면 천문학적인 자금이 동원되어왔다. 조총재의 경우 자금력이 충분한가"라고 묻자 그는 "지금까지는 부족했지만 앞으로는 조달하겠다"고현재 처지를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우교수가 "한학에 식견이 있는 분으로서 주역을 보면 올해 자신의 운세는 어떤가"라며 농담성 질문을 하자 그는 "주역은 잘모르겠다. 한학은 어느정도 한다. 도산서원원장을 지냈고 안동향교낙성식, 박약회에서도 강연을 했다"고 받아넘겼다.

후보사퇴설에 대해 조총재는 "끝까지 갈 것이다. 사퇴는 생각해본바 없다. 다만 건전정치세력에대한 연대는 꾸준히 모색할 것이며 이회창, 이인제씨와는 계속 대화할 것이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이교수가 "지지율이 낮은데 대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조총재는 "대책은없다. 누구에게나 호감을 많이 받고 있고 거부감도 없다. 그런데 저양반은 돈이 없어 지지율이 없다는 얘기를 듣는다. 솔직히 한국사람은 돈에 조금 중독돼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정리: 朴炳宣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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