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억울한 옥살이'가 웬말

입력 1997-11-03 15:18:00

다방여주인 방화살인사건의 진범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재판중의 용의자가 6개월동안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까지 했다는 사건은 정말 어처구니 없는 경찰의 인권유린행위로 응분의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이번 사건에서 우리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우선 경찰의 안일한 수사태도와 이에 곁들여 한동안자취를 감췄던 강압.폭행에 의한 자백강요가 드러났다는 점이다.

이는 경찰의 수사기법이 60~70년대로 되레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걸 의미하는 우리 경찰상의 후진성을 재현하는 것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는 대목이다. 법원의 판결추세는 엄격한 물증이 없으면설사 범인이라는 심증이 간다해도 무죄를 내리는 증거주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낡은 수사의 한단면을 보인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범인구속단계에서부터 그 진위를 어느 정도 가린다는 의도에서 실시되고 있는 구속영장실질심사제도의 취지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수사관행을 답습했다는 비판을 경찰은 감수해야 할 것같다. '억울한 범인'을 만든 경찰수사의 첫단추가 잘못된건 초동수사단계에서부터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방화살인사건이라면 범인이 물증을 없애기 위해 가장 악랄한 수단을 동원한 것이다. 그렇다면 경찰은 범행현장을 더욱더 꼼꼼하게 살펴 미처범인이 생각지도 못했던 물증을 1차로 확보하는게 수사의 기본수칙이다. 이점을 경찰은 그냥 지나쳐 버린것이다. 이같은 경찰의 무딘 감각이 억울한 옥살이를 만든 중대한 실수를 범한 것이다.검찰이 진범으로 단정한 현장에서의 현금40만원이 없어졌다는 사실이 바로 진범과 단순용의자의분수령이었다는 대목이란 점을 경찰 다시한번 교훈으로 새겨야 할 것이다. 이 물증에 접근하지못한 경찰이 단순강도에서 원한이나 치정사건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 어처구니 없는 '억울한 범인'을 만들어낸 두번째 실수라 할수 있다. 이 빗나간 수사방향에 억지로 틀을 맞추다 보니 법정에까지 정황증거로 내세운게 △범인이 피살자와 내연의 관계란 점 △사건당일 범행현장에서 범인을 보았다는 목격자확보 △범인의 자술서가 고작이었다. 이 모든 증거는 사실 언제든 범인이 부인하면 뒤집힐수도 있는 그야말로 정황증거에 불과하다.

더욱 가관은 범인이 수사과정에서부터 범행사실을 부인하자 잠을 재우지 않으면서 위협과 폭행까지 쓰는 이른바 고문에 의해 자백을 강요했다는 대목은 씻을수 없는 경찰의 수사한계성과 치부를드러낸 결정적인 실수였다. 검찰도 문제였다. 범인이 강력하게 범행을 부인하고 결정적 물증이 없다면 철저한 재수사를 지휘하는게 검찰이 경찰의 지휘위치에 있는 근본이유요 의무이다.경찰의 정황증거를 형식적으로 처리한 검찰의 수사태도도 문제였다. 이번 사건은 수사관행의 잘못을 근원적으로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 경찰은 재발방지에 진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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