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지방자치 이후 공무원들이 달라졌다는 얘기가 있다. '군림자'에서 '봉사자' 쪽으로 개선됐다는 것. 서울 삼풍백화점 사건 등에서 보여준 119 구조대의 헌신적 활약이 그런 인상을 더 깊게 했을 터.
그러나 대구시청 어느 화장실에 있는 낙서는 '아직 아니올시다'이다. '녹을 먹는 사람들아 / 민원인 입장에서 / 생각한 후 처리해라 / 구비서류 많더라도 / 한꺼번에 내라 해야지 / 열번 스무번왔다갔다 / 지쳐 버리겠구나'
어느 민원인이 썼을까? 옆에서 지켜보던 공무원이 안타까워 대변했을까? 아니면 옛날 얘기를 심심풀이로 써 본 것일까?
틀림없이 진실한 피해자의 한탄이리라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누구없이 어지간하면 비슷한 경우를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 어떤 때는 부당한 피해를 구제해 달라고 기자라는 '빽'을 동원해 담당 국장에게까지 호소해 봐도 효과가 없는 경우까지 있었다. 그 알량한 '빽'조차 없는 서민들이야말해 뭣할 것인가?
남의 집 앞에 세운 차 때문에 지금도 시내 곳곳에서 시비가 벌어지고 있다. 서울 같은 데서는 그때문에 살인사건까지 벌어졌었다. 이런 시비를 막아주는 것이 공권력의 일일 터. 미국 샌프란시스코 같은 데서는 아예 남의 담 옆 주차는 불법으로 금지돼 있었다. 이를 위반했다간 전화만 하면공무원이 당장 달려와 해결해 준다고 했다. 구태여 시민끼리 칼부림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신고한 사람만 되레 '웃기는 사람' 취급받는다. '그게 왜 신성한 넥타이직업인 공무원의 일이냐'는 것이다.
지금 많은 새시대 공무원들이 이 문제를 괴로워 하고 있다. 그렇게 '고민하는 공무원'을 적잖이봐 왔다. 또 실천하는 공무원도 겪어 왔다.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
그러나 아직은 우리의 시청 화장실에 낙서가 필요한 시대인 것이다.
〈朴鍾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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