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TK의원 선택 부심

입력 1997-11-01 15:14:00

지난달 27일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의 단독회동에 이어 31일양당 합의문이 공개되는 등 DJP단일화가 매듭을 지으면서 후보를 양보한 자민련의 분위기는 착잡해지고 있다.

특히 DJP단일화 성사이후 지역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닥치고 있는 TK의원들의 복잡한 심경은 점점 도를 더해가고 있다. 지역정서를 무시하자니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당장 매정하게 당을 떠나자니 당인으로서의 도리가 아닌것 같고 이래저래 고민에 휩싸여 있는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31일 합의문 공개전에 국회에서 열린 자민련 의원총회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김종필총재는 인사말에서"의원들의 흉중이 복잡한 것은 상상이 간다. 하지만 37년 정치생활을해온 내 심정은 더 복잡하다"며 자신의 심경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의원들의 단결을 호소했다. 최근 동요하고 있는 TK의원들을 겨냥해서는"호남,충청,영남 세 지역 세력을 결집하기 위해 박태준(朴泰俊)의원을 총재로 모시기로 했다"며 김대중후보의 당선을 위해 TK가 전면에나설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의총을 마치자마자 참석 TK의원들은 회의장을 서둘러 빠져 나갔으며 마지막까지 회의장에 남아있던 박종근(朴鍾根)의원은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한채 침묵으로 일관했다. 전날 TK의원들간의 모임에서 결의한 의원들의 합의문 연대서명 폐지는 관철시켰으나 지도부가 DJ당선을 위해 전면에 나설 것을 주문하면서도 이를 위한 배려는 전무하다고 판단한 것이다.이로 인해 9명의 TK의원들은 당 잔류와 탈당을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물론 단일화 성사이후 JP측이 꾸준히 접촉해온 일부 의원들은 당 잔류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으나 상당수 의원들이탈당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초선의원들의 분위기가 특히 강경하다. 이의익(李義翊)의원은 3일 단일화 최종 성사이후 여론추이를 봐가며 탈당을 하겠다는 입장이고 안택수(安澤秀)의원은 이미 당직 사퇴의사를 밝힌 바 있다. 또 박종근,김종학(金鍾學)의원도 여전히 탈당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중진의원들의 분위기는 또 다르다. 박준규(朴浚圭),박철언(朴哲彦)의원은 후보단일화에 적지 않게일조를 해놓고도 DJ와 JP측이 자신들을 도외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자 고민에 휩싸였다. 박준규의원은 일절 외부와의 접촉을 삼가고 있으며 박철언의원은 측근회의를 소집하는 등 향후 진로 마련에 부심중이다.

또 박태준총재 추대를 뒤늦게 통보받아 불만이 가득한 김복동(金復東)수석부총재도 자신의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하지만 당직을 맡고 있는 이정무(李廷武)의원과 국회 통신과학위원장인 박구일(朴九溢)의원은 당잔류쪽으로 거의 마음을 굳힌 상태다.

〈李相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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