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사태'의 교훈"
세계적 대공황으로까지 발전되리라고 우려했던 뉴욕증시의 폭락장세가 예상외로 빠른 진정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미국이 이제 안도의 한숨을 돌리고있다. 비록 단기간의 위기로 막을 내리는 감이없지 않으나 이번 사태는 세계 투자자들에 많은 교훈을 던져주었다.
먼저 뉴욕증시의 거래중단제도가 오히려 문제를 확대시켰다는 점이다. 10년만에 97년판 블랙먼데이를 바라보는 당국은 '우려했던 현실'이라며 크게 동요했다. 그러나 이튿날 놀랍게도 상황은 쉽게 반전됐다. 당국의 정책이 발표되기도 전에 증시는 스스로 회복력을 발휘한 것이다. 이번 사태를 원점으로 회귀시키려고한 '힘'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소액투자자인 '개미군단'들이었다. 미국경제가 건전한 상태이기 때문에 주가하락이 이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기관투자가들이주춤한 사이 이들은 월가에 뛰어들었다. 미국국민의 40%%가 주식투자자들이란 사실이 힘을 발휘한 것이다. 증시는 단번에 회복됐다. '개인투자자는 기관투자가들보다 냉철하게 행동했다'며 언론들조차 칭찬을 아끼지 않고있다.
그런데 문제는 '거래중단'조치였다. 87년 블랙먼데이를 경험한 미국은 다우존스공업지수가 3백50포인트이상 떨어지면 거래중단할수있는 소위 차단장치(Circuit breakers)를 도입했다. 이는 당시로서는 하락률 12%%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3백50포인트 하락은 겨우4%%하락에 불과하며 월요일 폭락한 5백54포인트도 7%%에 불과한 셈이다. 그리고 이튿날 급회복세에서 지수는 3백50포인트 올랐으나 차단장치는 작동되지 않았다. 증시안정을 위해 도입된 제도라면 하락뿐아니라 상승국면에도 똑같이 적용돼야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폭락이 진정된 지금거래중단조치는 미국내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데는 크게 기여했지만 국제투자가들의 불안심리를자극, 매도를 부추겼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뉴욕증시전문가들은 거래중단조치는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고 주장하고있다.
또하나의 교훈은 홍콩증시에 대한 새로운 위상정립이다. 이번 사태는 홍콩의 중국반환이후 홍콩증시에 대한 세계인들의 첫 공식적인 반응인 셈이다. 홍콩은 지금 인플레나 소비가 아주 건전한상태다. 홍콩경제가 나빠진 것이 없는데도 이웃나라의 외환위기때문에 이렇게 폭락한것은 바로북경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경험도 없는 북경이 어떻게 자본주의의 꽃인증권시장을 알겠느냐는 불안심리가 '팔자'주문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북경은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홍콩달러의 가치만은 절대 안정시키겠다는 고지식한 정책을 사용했기 때문에 금리상승을 부추겼고 증시붕괴로 이어졌다고 보고있다. 아무튼 동건화행정장관의 후속조치가 앞으로 세계 투자자들의 입맛을 얼마나 자극할지 기대된다.
마지막 교훈은 미국이 보는 아시아 시장이다. 로버트 루빈 미재무장관은 동남아 통화위기 발생때"아시아는 멕시코사태와는 다르다. 멕시코처럼 지원을 기대해서는 안된다"며 아시아시장에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한술 더떠 "자금지원은 자유로운 경제흐름을 방해, 문제를 더 어렵게만들것"이라며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했다. 이제 뉴욕증시 폭락이 아시아경제와는 본질적으로 관계가 없음이 드러난 지금 이같은 정책은 강화될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만이 경제적인 차원에서 지원을 호소하고 있는 정도다. 아시아는 이번 사건을 통해국제경제의 냉엄함을 재삼 인식하는 계기로 삼아야할것이다.
〈尹柱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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